올해 국내 경매시장에서 최고가인 26억원에 낙찰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토마토와 추상’.
올해 국내 경매시장에서 최고가인 26억원에 낙찰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토마토와 추상’.
미술계 불황으로 올해 미술품 경매시장에 들어온 자금은 지난해(891억8792만원)보다 170억원(20%) 줄어든 720억원(서울·K옥션 해외 경매 포함)에 그쳤다. 박수근 김환기 윤중식 김창열 황염수 등 개성 있는 작고·원로작가와 도자기 고서화 등 고미술품에 일부 수요층이 몰렸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는 26일 미술품 경매 8개 회사의 올해 출품작을 분석한 ‘2013 경매시장 결산 보고서’를 이같이 발표했다. 올해 8개 경매업체가 77차례 실시한 경매(온라인 포함)에서는 출품작 12만82점 중 7659점이 팔려 지난해 낙찰률(63.8%)보다 0.4%포인트 하락한 63.4%를 기록했다.

경기침체와 미술품을 둘러싼 각종 비리 사건, 6000만원 이상 미술품(작고작가)에 양도소득세 부과 등 잇단 악재로 올해 미술 경매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1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서울옥션이 낙찰총액 384억원을 기록했으며, K옥션(201억원), 아이옥션(43억원), 마이아트옥션(29억원), 에이옥션(27억원), 기타 31억원을 합하면 올해 경매시장에 유입된 자금만 720억원이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토마토와 추상’이 지난달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1929만홍콩달러(약 26억4261만원)에 낙찰돼 올해 국내 경매회사의 최고가 경매 기록을 세웠다. 10위 안에 포함된 국내 작가의 작품으로는 지난 18일 서울옥션의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에서 6억6000만원에 거래된 이대원의 ‘농원’이 유일하다.

작가별 낙찰총액에서는 일본의 조각가 겸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37억9000만원)가 전년도 1위였던 김환기(32억3000만원)를 밀어내고 선두를 차지했다.

국내 주요 작가 100명을 대상으로 기존에 통용된 호별 가격을 지수로 비교한 결과 박수근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평균 호당 가격이 가장 높은 2억991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2억750만원)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이다. 또한 박수근의 호당 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이중섭은 10.58로 2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김환기(7.13), 김홍도(6.65), 정선(5.88), 장욱진4.84)이 뒤를 이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올해엔 미술품 양도소득세가 시행된 데다 대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의 중심에 미술품이 등장하면서 ‘큰손’ 컬렉터들의 관망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