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파업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25일 오후 6시40분 서울 견지동 조계사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해결을 위해 종교계가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불법 파업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25일 오후 6시40분 서울 견지동 조계사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해결을 위해 종교계가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수서발(發) KTX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25일로 17일째를 맞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는 서울 조계사에 허락도 없이 몸을 숨긴 채 건재함을 과시하며 강경 투쟁 방침을 밝혔다. 정부와 코레일도 체포영장 집행과 징계 착수 등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고수해 철도파업 장기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철도 노조원들이 전날 오후 11시께 조계사에 들어갔다”며 “지도부는 여전히 건재하고 총파업 투쟁을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공권력이 투입된 이후 철도파업을 계속할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조계사로 피신한 박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30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귀를 막은 채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종교계가 나서 철도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해달라는 심정에서 들어오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사 파트너인 코레일은 강경 대응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날 서울 수색동 차량기지를 찾아 “국민의 발과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 파업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취소 등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철도 경쟁 체제 도입 계획을 더는 수정하거나 미룰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박 수석부위원장과 철도 노조원 3명은 조계사 극락전 2층에 머물고 있다. 경찰은 주변에 250명을 배치해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파업 장기화로 내주부터는 열차 운행률이 필수 유지 수준인 60%대까지 떨어져 승객 불편도 커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역대 최장이었던 2009년 9일간의 파업 당시 추산 피해액이 5000억원이었다”며 “파업 기간을 감안할 때 사회적 손실이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손실에는 열차 운행 중단에 따른 손해와 운송 차질로 입을 산업계 피해, 열차 지연이나 운행 중단에 따른 승객들의 시간과 비용 낭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김보형/김태호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