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청소년 기술창업올림피아드 결선에 참가한 시흥 매화고 학생들이 불가사리의 흡착 반응을 통한 염류 제거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제1회 청소년 기술창업올림피아드 결선에 참가한 시흥 매화고 학생들이 불가사리의 흡착 반응을 통한 염류 제거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전기가 잘 공급되지 않는 곳에서 쓸 수 있는 조명이라고 했는데, 태양광으로 충전하고 저녁에 쓰는 방식의 더 진보적인 기술이 이미 존재하지 않나요?”(송성근 쏠라사이언스 대표)

“적정기술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해 보이네요. 아이들이 놀면서 흔들면 충전이 되고, 밤에 쓸 수 있는 간단한 형태도 고려해봤나요?”(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 2층 브로드홀. 경기과학고 ‘일렉목탁’팀의 문건웅 군이 스털링 엔진을 이용해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쓸 수 있는 대체 조명에 대해 설명을 끝내자 심사위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문군은 잠시 당황하는 듯했지만 이내 침착한 말투로 “태양광은 날씨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고, 등유를 이용한 스털링 엔진은 발전량이 많아 다른 발전 방식보다 ‘조명’에 이용하기 알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 아이디어가 전기가 넉넉지 않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대상 창업경진대회

"압력으로 투명도 조절…통유리 건물 불편 해소"
이날 열린 행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가 공동 주최한 제1회 청소년 기술창업올림피아드 최종 결선. 청소년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올해부터 마련한 청소년 대상 창업경진대회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10개팀 34명의 고교생은 100여명의 현장평가단과 심사위원 앞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대회 개최를 공지한 뒤 지난 9, 10월 두 달간 635건이 접수됐다. 지난달 초 서류심사를 거쳐 대전 KT 인재개발원과 과천과학관에서 두 차례의 캠프를 열었다. 최종적으로 선발된 10개 팀은 시제품 제작 도움을 받고 발표 멘토링을 받아 이날 결선에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아이디어는 실생활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부터 복잡한 과학 지식을 활용한 것까지 다양했다. 네 명으로 구성된 부산 장안고 ‘자체발광’팀은 압력을 이용해 유리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 팀은 “흔히 볼 수 있는 통유리 건물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거주자가 불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디어 착안 배경을 설명했다.

시흥 매화고의 ‘윤&2김’팀은 불가사리를 이용해 농경지나 간척지의 염분을 제거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발표자로 나선 윤성훈 군은 “양식업에 피해를 미치는 불가사리와 효소를 혼합하면 염분 제거에 이용할 수 있다”며 “액상 비료로도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공익 아이디어에 창의성 접목

발표에 나선 고교생들의 사업 아이템과 발표 역량은 수준급이었다는 평가다. 현장평가단으로 참가한 인하대 2학년 민건희 씨는 “학생들이 여러 지식 가운데서 특별한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대학생으로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도 일반 창업팀을 대하듯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이었다. 식중독 판별 키트를 선보인 인천과학고 ‘안티포이즌’ 팀에는 “노로바이러스(식중독 바이러스의 일종)도 검증해봤느냐” “최근 농촌진흥청이 식중독균 진단용 PNA칩을 상용화하려 하는데 이를 알고 있느냐”는 등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배인탁 서울대 교수는 “무엇보다 고교생만이 생각할 수 있는 ‘선한 아이디어’가 많아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최고상인 금상은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평발 교정용 깔창을 만든 한국과학영재학교의 ‘프로젝트 글래스 슈즈’ 팀과 자동 전력차단 시스템을 선보인 전북과학고의 ‘풍기문란 선풍기’ 팀이 받았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창업은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이 안될 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때부터 몸에 배는 것”이라며 “학업 성취도에만 관심을 쏟을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산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