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16일 오전 8시10분

3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던 코스닥 ‘알짜기업’이 상장폐지를 거쳐 법정관리 기업으로 전락하는 데는 채 1년이 안 걸렸다. 멀쩡했던 회사가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에 넘어간 뒤 고꾸라지는 걸 지켜보다 못한 소액주주들은 직접 회사를 인수해 ‘재기의 꿈’을 키워나갔지만, 예상치 못한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작년까지 한국 대표 ‘강소기업’으로 꼽히던 위폐감별기 제조업체 에스비엠의 얘기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스비엠은 최근 수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앞서 수원지방법원 제10민사부가 “에스비엠은 미국 내 특허권을 침해한 만큼 미국 커민스알리슨에 손해배상금 910만9278달러(96억원)를 물어주라”며 손해배상금 강제집행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커민스알리슨은 2007년 미국에서 에스비엠을 상대로 특허 침해소송을 내 승소한 뒤 지난해 10월 “손해배상금 1301만달러를 집행해달라”는 소송을 국내에서 제기했다.

이번 판결로 에스비엠의 새 주인들이 추진했던 ‘재기의 꿈’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25.9%에 달하는 영업이익률(매출 278억원, 영업이익 72억원)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에스비엠에 ‘저주’의 손길이 뻗친 건 올 1월. 자본금 1억원짜리 트루트라이엄프가 사채를 빌려 최종관 전 에스비엠 대표 보유지분 19.22%를 262억원에 사들인 뒤 인수대금을 갚는 등의 목적으로 회사 돈을 횡령·배임한 혐의가 포착돼서다. 결국 에스비엠은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지난 7월 상장폐지됐다.

하지만 에스비엠의 뛰어난 기술력을 높이 산 소액주주들은 통상적인 퇴출기업과 달리 상장폐지 뒤에도 주식을 팔지 않았다. 이들은 에스비엠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시도한 고려포리머 대신 기웅정보통신과 손잡고 지난 8월 회사를 인수했다. 소액주주연대의 박지훈 대표가 에스비엠 대표를 맡게 된 배경이다.

에스비엠의 법정관리 신청은 소액주주와 기웅정보통신은 물론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엑셀시어캐피털도 곤혹스러운 입장으로 몰아넣었다. 에스비엠 성장성을 믿고 기웅정보통신이 발행한 교환사채(EB)에 100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