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정범윤 아이엠인투잇 공동대표, 한상혁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지수 아이엠인투잇 공동대표, 컨텐츠팀 임혜인, 이애리 씨.
(왼쪽 위부터) 정범윤 아이엠인투잇 공동대표, 한상혁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지수 아이엠인투잇 공동대표, 컨텐츠팀 임혜인, 이애리 씨.
[ 김효진 기자 ] 달콤한 여유로움이 밀려드는 금요일 밤 10시. 가족이 다 모인 저녁시간에 오늘 따라 묵직한 양념치킨 상자를 푼다. 출출한 배를 달래고자 치킨 한 조각을 막 집어든 찰나 스마트폰 푸쉬알람이 '딩동'하고 울린다. "야식먹는 언니들 당장 동작정지!"

찔리는 마음에 푸쉬버튼을 누르고 들어가자 11자 복근과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모델들이 화면을 한 가득 채운다. 화면 위에 한 익살맞은 캐릭터는 턱을 괸 채로 말하고 있다. "먹더라도 딱 이것만 보고 먹자"

'다이어트 노트(이하 다노)' 애플리케이션은 신선한 재미가 있다. 길고 긴 자신과의 체중조절 싸움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다이어트 다짐이 느슨해질 즈음에는 '용기'를 준다. 수 많은 다이어트 앱 중 꾸준히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실제 8kg를 빼며 다노 팀을 이끌고 있는 이지수 아이엠인투잇 공동대표(24)는 "단순 칼로리를 계산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 국내 최대 다이어트 미디어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과학·영양 전공자부터 전국 방방곡곡 '빵 투어'를 다닌 컨텐츠 관리자까지 다양한 매력이 있는 다노 팀을 서울 용산구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서 만났다.

◆ 이 공동대표, 실제 8kg 감량…실생활을 사업으로

"다이어트는 먹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이 대표는 다이어트 앱을 출시한 이유를 묻자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올 3월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해 각종 다이어트 음식과 식단 조절, 운동을 섭렵했다. 실제 8kg을 감량한 이 대표는 경험을 살려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를 운영을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4월 페이지를 연지 일주일 만에 1만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한 달 동안에는 4~5만명이 반응을 보였다. 단순 다이어트 방법을 제공하기보다 '다이어트는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 힘이었다.

다노 앱 또한 여기서 탄생했다. 정범윤 아이엠인투잇 공동대표(28)와 이 대표는 2012년 초 연세대학교 내 창업과 관련된 수업에서 만나 의기투합했지만, 큰 성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지난해 말 영화와 책, 음악에 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투잇'을 출시했으나 주력 사업으로 삼기엔 모자람이 있었다.

두 대표는 대학 졸업도 미룬 채 약 3개월 동안 새로운 사업에 대한 구상만 했다. 그러다 멘토인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로부터 힘을 얻었다. 전혀 모르는 분야가 아닌 평소 관심 있고 재미있는 분야부터 겸허히 접근하라는 조언이었다.

정 대표는 "사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운지는 몰랐고, 사업 아이템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했다"면서도 "이 대표가 실제 운영한 페이스북을 통해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한상혁 최고기술책임자(CTO·30)도 사업 가능성을 보고 4년 간 몸 담은 LG전자를 뛰쳐나와 합류했다.

◆ '불금의 새로운 정의는?' 다이어트 명언으로 자극·응원

다이어트 앱은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아 비슷한 앱이 많다. 다노 팀은 다이어트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풀어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신선하고 유머 있는 컨텐츠가 경쟁력이다.

다이어트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자극짤', 각종 다이어트 팁을 알려주는 '꿀팁'이 핵심 컨텐츠다.

[스타트업! 스타⑥]"흔한 다이어트 앱은 가라"…학생벤처 '다노' 팀 출격
"불금은 지방을 '불'태우는 '금'요일이다", "간식 대신 아몬드를 먹어라" 등 푸쉬를 통한 미션을 주기도 하고, "우리의 끈기는 가볍지 않아요, 맞죠?"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유튜브를 이용한 '운동 영상'은 '레그익스텐션(Leg Extension)'과 같은 어려운 용어를 '무릎 근력 강화 운동'과 같이 쉽게 풀어준다.

체대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한 임혜인(25) 씨가 운동 영상을 추천하고, 주의사항 등을 제시한다. '빵 투어'를 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기차여행을 다녔던 이애리(26) 씨도 얼마 전부터 함께하고 있다. 그는 숱한 다이어트 실패를 겪었고, 탄수화물 중독에도 시달려 본 경험이 있어 눈높이에 맞는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칼로리를 계산하는 것은 거식증의 초기 증상이기도 하다"며 "다노 앱은 다른 앱들과 달리 다이어트를 강요만 하지 않고 건강한 정보만을 제공, 요요현상이 오지 않도록 격려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다노 앱은 올 6월 출시된 후 입소문을 타면서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만건을 넘었다. 출시 직후에는 구글안드로이드 마켓 건강·운동 카테고리에서 8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본격적인 도전은 이제 시작"

다노 팀은 약 2년 동안 별 다른 수익 없이 만만치 않은 시간을 견뎌왔다. 서울시와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이 운영하는 '청년창업1000프로젝트', 중소기업청이 지정한 창업선도대학 지원금 등을 통해 일할 공간을 얻고, 인건비를 지급 받았다.

그래서 다노 팀의 본격적인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정 대표는 "다노 앱이 실제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고 만들어졌듯 앞으로 사업 모델도 그렇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맞춤형 커머스 서비스를 융합하는 전략이다. 다이어트 음식과 기구 등 관련 상품을 컨텐츠와 연동시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컨텐츠들을 본 후 당장 운동기구를 사겠다라는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구매의사가 있는 만큼 가능한 사업 영역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해야할 사항들을 정리한 'To Do List'도 고심 중이다. 따라할 수 있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모바일 상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정 대표는 "다노 앱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다보니 앞으로 응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본다"며 "여러 방식의 테스트를 통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노 팀은 최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불리는 패스트랙아시아와 '티켓몬스터' 엔젤 투자자로 잘 알려진 노정석 대표의 투자를 받았다. 특히 노 대표는 지난 2년 간 다노 팀을 곁에서 지켜보며 '성장성'에 투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