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 내정자는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능력보다는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며 “한국의 위상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는 국제금융기구의 첫 최고위직이다.

“명실상부한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가대표 선수가 됐는데 ‘실축’하면 안 되는데 부담이 크다.”

▷아·태국장 관할국에는 중국과 일본도 포함돼 있는데.

“(그쪽 출신을 배제하고 한국인이 된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증거다. IMF도 국제정치의 논리가 작용하는 기구다. 작은 나라에서는 갈 수 없는 자리다. 정부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만큼 국제사회에서의 책임도 같이 높아진다.”

▷아·태국장은 어떤 자리인가.

“IMF에는 한 명의 총재와 네 명의 부총재가 있다. 모두 정치적으로 임명되는 자리다. 그 밑에 국장들이 있다. 실무적으로 최종 결정권자다.”(IMF 총재는 유럽, 수석부총재는 미국이 맡는다. 나머지 세 명의 부총재는 지역별로 배분된다)

▷아시아를 대표해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아시아에는 일본처럼 선진국 단계에 진입한 국가와 중국 인도처럼 역동성 있게 발전 중인 국가, 1인당 소득이 1000달러 미만인 저개발국까지 다양하게 있다. 발전 단계에 맞는 정책 권고를 해야 한다. 각국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IMF의 기본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안정과 함께 역동성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IMF는 기본적으로 각국의 금융시장 안정에 역점을 두지만, 발전도 중요하다. 아시아의 발전 경험을 다른 지역에 전파하고, 이를 IMF 활동에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도 중요하다.”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 IMF 내부적으로 조율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질적인 성장과 함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과 괴리되는 것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로 가게 되는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국제금융계에서 한국을 대표하게 되는데.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당시 대통령 국제경제보좌관이던 신 교수와 알게 됐다. 같이 일하면서 많이 배웠다. BIS로 가면 더 가깝게 지낼 것 같다. 조금 전 축하 이메일도 받았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