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경좋은일터연구소가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컨벤션룸에서 연 ‘자동차산업 지속 발전을 위한 노사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경좋은일터연구소가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컨벤션룸에서 연 ‘자동차산업 지속 발전을 위한 노사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유럽 2위 자동차 업체로 프랑스 대통령이 타는 차인 푸조시트로앵이 중국 둥펑자동차에 인수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강성 노조로 인해 경직된 노사문화가 ‘고비용 저생산’ 구조를 낳았고 양보 없는 노사 갈등이 대규모 감원과 공장 폐쇄를 가져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경좋은일터연구소가 27일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연 ‘자동차산업 지속발전을 위한 노사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자동차산업도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고 불합리한 근로시간과 임금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푸조시트로앵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견근로·대체근로 확대해야”

['자동차산업 노사 정책과제' 토론회] "한국 車산업, 고용 유연성 확보 못하면 佛 푸조처럼 된다"
이 교수는 ‘자동차산업의 지속발전을 위한 정책과제’란 주제 발표를 통해 고용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개정, 파견 대상 업무를 제조업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견근로는 인력 공급업체가 파견근로자를 원청업체에 보내 일하게 하는 것이다. 파견근로자가 원청업체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하청업체가 특정 직무를 도급받아 원청업체 내에서 작업하는 사내하도급과 구분된다.

한국은 파견근로를 경비·청소와 일부 전문직 등 32개 업종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제조업에선 금지하고 있다. 파견근로 기간이 2년을 넘으면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도 있다.

이 교수는 “파견근로나 사내하도급 모두 생산직 숫자를 조절해 경기 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제도지만 파견근로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탓에 국내 제조업체들은 사내하도급만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견근로와 사내하도급의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2년이 지나면 ‘불법파견’ ‘위장도급’이라고 주장하면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는 1600여명에 이르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소송을 낸 상태다.

이 교수는 “독일·일본·미국 등에선 제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파견근로를 전면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근로자가 파업 때 사용자가 대체 인력을 투입해 공장을 계속 돌릴 수 있는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 간 신뢰 회복 시급”

토론자들은 고용 유연성 확보를 위해 노사 간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립적 노사관계로 유발되는 비용으로 수익성과 경쟁력이 떨어지면 기업과 국가의 장기적인 생존도 위협받을 수 있다”며 “노사관계가 협력적으로 바뀌어야 기업이 투자할 여력도 생기고 고용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동차 산업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빠져나오려면 고용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기술 개발과 유통 등 다른 영역에서도 효율을 높이는 혁신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한 한라비스테온공조 상무는 “자동차 업계는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선, 근로시간 단축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노사가 충돌하고 있다”며 “당장의 이익보다 산업 발전과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제조업 파견근로와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관병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장은 “파견근로 확대나 대체근로 인정은 고용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근로자 측면에서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어수봉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파견근로와 대체근로에 제한이 없는 외국은 실제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좀 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