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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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맨들 예전 위상 회복 힘들겠지만
미래에 대해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어
조강래 < IBK투자증권 대표 ckr@ibks.com >
미래에 대해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어
조강래 < IBK투자증권 대표 ckr@ibks.com >
![[한경에세이] 가을 단상](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AA.8081312.1.jpg)
필자는 1986년 처음 여의도에 발을 디뎠다. 그때 입사한 회사는 하나대투증권의 전신인 동남증권으로, 바로 지금 필자 회사가 위치한 삼덕빌딩에 입주해 있었다. 당시 삼덕빌딩은 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 건물이었고, 거래소와 함께 여의도의 랜드마크였다.
지난해 이 건물에 다시 들어섰을 때 느낀 남달랐던 소회가 요즘에는 다소 울적한 감상으로 이어진다. 수많은 부침을 거듭하며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왔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때가 또 있었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필자가 증권회사에 입사한 직후 3년간 코스피지수는 마의 지수대라 불리던 100포인트대를 깨고 10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수많은 증권맨에게 환희를 안겨줬다. 하지만 이후 다시 급락세로 돌아서며 소위 ‘깡통 계좌’가 속출했고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후 회복되는 듯하던 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또다시 뼈아픈 고통을 겪기도 했다.
과거 활황기에 증권사와 증권맨의 위상은 참 대단했다. 공모주 청약을 받을 때면 번호표를 받아든 투자자들이 수백m 줄을 섰고, 요즘 연예인-스포츠스타 커플이 주목받듯이 유명 여자 연예인이 증권맨과 결혼하는 등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최근에는 증권맨이 농촌 총각만큼이나 인기가 없다고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크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과거 영광을 다시 누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단 증권업계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쳐 보이는 직원들에게 필자가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사자는 최고 속도가 시속 80㎞, 얼룩말은 60㎞라고 한다. 사자에 쫓기는 얼룩말은 그러나 최선을 다해 도망친다. 그리고 살아남는다. 그의 생존 비결은 바로 꾸준함이다. 사자는 불과 몇 백m만 달리면 지치지만 얼룩말은 지구력이 뛰어나다. 느리더라도 사자보다는 더 오래, 그리고 옆에 무리보다는 조금만 더 빨리 뛰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섣부르게 희망을 얘기하는 것은 부질없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조강래 < IBK투자증권 대표 ckr@ibk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