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내에서 2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의 협력 협정 체결 준비를 중단키로 한 정부 결정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통신 우니안(UNIAN) 등에 따르면 이날 키예프 시내 유럽 광장과 독립 광장 등에 야권 지지자 수만명이 운집해 정부의 협정 체결 중단 결정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중에는 동부 도네츠크주, 남부 오데사주, 북서부 볼린스카야주 등 지방에서 올라온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 시위는 우크라이나 최대 야당 ‘바티키브쉬나’(조국당) 당수 아르세니 야체뉵, 또 다른 야당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당수 비탈리 클리치코 등 야당 지도자들과 야당 의원 등이 이끌었다. 야권 지지자들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정권이 EU와의 통합 과정을중단키로 한 것은 국가 반역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투옥 중인 야권 지도자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이날 자신을 지지하는야당 ‘바티키프쉬나’ 홈페이지에 올린 호소문을 통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EU와의 협력 협정 연기라는 굴욕적인 결정을 바꿔 오는 29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협정에 서명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티모셴코는 지지자들에게 협정이 서명되는 29일까지 해산하지 말고 시위를 계속할 것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1일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EU와의 협력협정체결 준비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EU와의 협정체결을 추진하면서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국가 모임)과의 통상 관계가 훼손됨에 따라 우크라이나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 이같은 결정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당초 이달 28~29일 EU 순회의장국인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열리는 ‘EU-동부 파트너십’ 정상회의에서 EU와 협력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협정 체결 준비를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빌뉴스 정상회의에서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