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우리 경제를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했던 리처드 돕스 맥킨지글로벌연구소장이 “한국형 골드만삭스는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대놓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엊그제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뉴욕 홍콩을 본떠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겠다고 했지만 100년 금융 역사를 가진 그런 도시들을 제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서울과 똑같은 전략을 쓰면서 경제규모는 더 큰 도쿄와 상하이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꿈 깨라는 소리다.

관료들은 그의 노골적인 쓴소리가 듣기 싫을 것이다. 하지만 틀린 얘기는 아니다. 정부는 10여년 동안이나 금융허브를 외쳤건만, 한국의 금융경쟁력 순위는 2003년 23위에서 올해 81위(세계경제포럼 조사)로 추락했다. 글로벌 금융회사를 유치하기는커녕 들어와 있던 회사들마저 속속 한국을 뜨는 판이다. 투자자들은 증시를 외면하고, 저축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툭하면 금융사고, 불완전판매 논란에다 해외에 진출해선 손해 안 보면 다행인 정도다. 금융허브는 고사하고 현상유지도 못 하고 있다.

금융이 뒷걸음질치는 데는 돕스 소장의 지적처럼 제조업 위주 정책,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철옹성 같은 관치금융과 거미줄 같은 행정규제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금융을 틀어쥔 모피아들은 지금도 규제를 내려놓을 의향이 없다. CEO 단임제라는 원칙 아닌 원칙에 금융회사는 단기성과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CEO 자리가 났다 하면 이전투구가 활개친다. 이런 환경에서 종이에 그림만 그린다고 금융허브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