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측 "방어권 행사 어렵다…1년 공판정지 필요" 강력 반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2차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에 대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피고인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이 또 변경될 경우 방어권 행사가 어렵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오는 26일까지 트위터 글 작성자 이름과 계정 등을 구체화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2차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냈다.

지난 10월 말 한 차례 변경 신청한 공소사실 중 일부를 철회하고 새로 발견한 트위터 글 121만여건을 추가하는 내용이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별기일에서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1차 공소장 변경은 감내할 수 있었지만 이번 신청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이날 공판에서 문제 삼은 것은 크게 세 가지다.

검찰이 트위터 글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들의 인적사항을 특정하지 않아 피고인들을 위한 변론 자체가 어렵다는 점,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 검찰이 수사와 재판을 병행해 국정원 직원들이 법정에 나와 있는 그대로 증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 등이다.

변호인은 "재판부가 만약 공소장 변경을 허가할 경우 피고인들이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298조 4항에 따라 공판 절차를 1년 정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변호인의 지적이 상당히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이 범죄 실행 행위자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신속한 재판 진행보다 중요한 것은 변호인이 기록을 검토하고 재판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공소장을 또 다시 변경한다면 변호인들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트위터 글 121만여건을 다 분석하는 동안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거듭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할까 우려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오는 26일까지 ▲ 국정원 직원 누가 어떤 계정을 사용해 무슨 트위터 글을 작성했는지 특정하고 ▲ 기존 공소사실 중 무엇을 철회했고 왜 철회했는지 밝히고 ▲ 자동 복사된 트위터 글 121만여건을 원래 글 2만6천여건을 기준으로 분류해 정리하라고 검찰 측에 요구했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 위한 재판부의 공판 진행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국정원 직원 14~15명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쳤고 추가 공소장 변경 신청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구체화하고 양측이 쟁점을 부각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뒤인 오는 28일 오후 4시 공판을 열어 향후 재판 계획을 정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다음 달 초 증인 신문을 시작해 내년 1월 초중순께 결심 공판을 여는 것이 목표다.

가능하면 (법원 정기인사가 있는 내년 2월 전에) 이 재판부가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