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백정호 MC연구소 책임연구원, 도기훈 외관소재개발팀 책임연구원, 오한규 MC선행상품硏 책임연구원
<왼쪽부터> 백정호 MC연구소 책임연구원, 도기훈 외관소재개발팀 책임연구원, 오한규 MC선행상품硏 책임연구원
“시제품만 50여개를 만들어 최대한 인체공학적인 즐거움을 주는 제품으로 선택했습니다. 휘어진 스마트폰 ‘G플렉스’는 보고, 만지고, 통화하고, 들고 다니기에도 가장 편한 디자인이라고 자부합니다.”(도기훈 LG전자 책임연구원)

‘휘어진(curved) 스마트폰’ 경쟁이 불붙었다. 삼성에 이어 LG전자도 지난 12일 곡선형 스마트폰 ‘G플렉스’ 판매를 시작했다. 곡선형 스마트폰은 디스플레이만 휘어진 스마트폰으로, 배터리 등 모든 부품이 휘어진 진정한 플렉시블(flexible) 스마트폰의 초기 단계다. G플렉스 개발에 참여한 150여명의 개발자 중 외관 개발자 총 책임을 맡은 도기훈 모바일 외관소재개발팀 책임연구원, 제품 콘셉트를 맡은 오한규 MC선행상품연구소 책임연구원, 소프트웨어를 담당한 백정호 MC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지난 18일 서울 가산동 LG전자 MC연구소에서 만났다.

제조회사에서 초기 플렉시블 스마트폰을 공개한 뒤 인터넷 등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휘어지는 것이 아닌 휜 스마트폰이 사용자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냐’는 회의적인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도 연구원은 “그 대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직선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지, 곡선 스마트폰에 대한 경험은 완전히 색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평한 기기는 생산자 입장에서 만들기 쉽다”며 “하지만 사람의 인체를 생각해보면 직선으로 곧게 펴진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덧붙였다. ‘사용자가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좀 더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플렉시블 스마트폰이었다는 것이다.

"위아래로 휘어졌다 펴졌다…인체공학적 곡선美 살렸죠"
G플렉스의 곡률 반경(휘어진 정도)은 700R이다. 곡률 반경은 숫자가 작을수록 더 많이 구부러져 있음을 뜻한다. 경쟁사의 제품은 400R을 채택했다. 오 연구원은 “기술적으로는 300R까지 가능하다”며 “굳이 700R로 결정한 이유는 6인치대 스마트폰에서 그 곡선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용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래는 500R과 700R을 두고 고심했다고 했다. 오 연구원은 “너무 굵은 곡선이 들어가면 앞주머니에 넣었을 때 주머니가 많이 튀어나오는 등 불편한 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쟁 제품은 좌우로 휘었지만 G플렉스는 위아래로 휘었다는 점도 다르다. 백정호 책임연구원은 “좌우로 너무 많이 휘어지면 인터넷을 할 때 울렁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기기를 가로로 눕혀 놓으면 곡면형 OLED TV와 같은 모양이 돼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릴 때가 많은데, 위아래로 휜 디스플레이에서는 이 스크롤도 좀 더 부드럽다”고 덧붙였다.

제품을 만드는 데 가장 핵심 기술은 무엇이었을까.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기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도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공정 단계에서 열이 많이 생기는데, 디스플레이 소재를 플라스틱으로 바꾸면서 스마트폰 공정 체계 자체를 아예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딱딱한 유리가 아닌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위에 터치 기술과 OLED 소자를 얹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경쟁사와 차별화한 G플렉스의 또 다른 강점은 ‘펴진다’는 것이다. 자유자재로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진정한 플렉시블 IT 기기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일정한 힘을 주면 스마트폰이 평평하게 펴져 화제가 됐다. 오 연구원은 “휘어진 가장자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평평한 스마트폰보다 손상이 갈 확률이 더 컸기 때문에 외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용도”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탄성을 주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스마트폰 내 모든 부품이 휘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휘어질 수 있는 것은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뿐이었다. 오 연구원은 “볼록하게 구부러진 부분엔 휘어진 배터리를 넣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모든 일반 부품은 윗 부분에 배열해 ‘휘어졌다 펴지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휘어지는 스마트폰을 만들 때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과정이 평평한 스마트폰과는 달랐다. 예기치 못한 문제점도 불쑥불쑥 튀어 나왔다. 도 연구원은 “휜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면 볼록한 부분이 계속 닿게 돼 특정 부분만 하얗게 상처나기가 쉽다는 문제가 개발 도중에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에 적용한 것이 ‘셀프 힐링’ 기술이다. 휴대폰 뒷면에 스크래치 방지 필름을 붙여 얕은 흠집은 2~3분 뒤면 금세 사라진다. 도 연구원은 “자동차에도 비슷한 기술을 채용하지만 스마트폰은 작은 흠집에도 훨씬 민감하기 때문에 개발 난이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IT 기기가 어떤 디자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오 연구원은 “최근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웨어러블(착용) 기기”라며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LG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