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증시를 매우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쉽게 폭락할 수 있다.”

‘기업 사냥꾼’이란 별명으로 미국 월가를 수십년째 주름잡고 있는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77)의 이 경고가 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를 뒤흔들었다.

아이칸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로이터 글로벌 투자 전망회’에 참석해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실질적인 경영성과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Fed의 양적완화 유지에 따른 저금리 기조 지속이 증시 유동성과 거품을 불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상황에 대한 아이칸의 ‘독설’은 이날 뉴욕 증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장 초반 사상 처음 그동안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16,000을 넘어섰던 다우존스지수는 0.09% 오른 15,976.02에, S&P500지수는 0.37% 하락한 1791.54에 각각 마감됐다. 나스닥지수는 0.93% 떨어진 3949.07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앞서 차기 Fed 의장 자리를 놓고 재닛 옐런과 경쟁하던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지난 8일 국제통화기금(IMF) 주최 학술대회에서 “Fed의 양적완화 정책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실물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서머스는 “수년 후 제로금리가 만성화됐을 때 경제활동이 어떻게 이뤄질지 우려된다”며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