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野 요구에 답됐을 것" vs 野 "정답 없었다"
野 대여투쟁 강화…법무장관 해임건의안·국정원장 해임결의안 내일 제출
오늘 상임위 모두 취소…감사원장 인준·예산안 심의 지연되나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 내용에 대해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국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18일 시정연설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민주당의 '원샷 특검' 수용 요구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면"을 전제로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야당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거나 특검 자체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논란과 특검 도입 문제는 '정치권의 몫'임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사실상 국회에 공을 넘긴 셈이다.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신설 요구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자체 개혁안을 제출하면 국회가 심의해달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을 놓고 여야의 해석이 극명히 엇갈리면서 대치 구도가 급속히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요구를 상당히 수용해 답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한 반면, 민주당은 "불통으로 야당과 국민을 무시했다.

정답은 없었다"고 비난했다.

정국이 급속히 냉각하면서 이날 예정된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도 모두 취소되는 등 모처럼 정상을 찾아가던 국회 운영도 또다시 파행으로 치달았다.

19일 시작하는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가 국가기관과 공무원 노조 등의 대선개입 의혹,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수사 결과 등을 놓고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여 여야 대치는 극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은 상당히 격앙된 반응이어서 국회에 계류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와 여권이 추진 중인 주요 법안과 결산·예산안 심의에 상당 기간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끝내고 퇴장할 때부터 일부 의원이 기립하지 않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한데 이어, 박 대통령이 국회를 떠나자마자 본청 계단에서 시정연설 내용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었다.

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황교안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19일 제출키로 했다.

김한길 대표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말씀은 많았지만 정답은 없었다"면서 "미지근한 물로는 밥을 지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집회에서 "야당과 국민이 시정을 요구한 것은 하나도 시정되지 않은 유감스러운 내용이었다"면서 "가게무샤(影武者·대역)를 내세워 불통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최대 문제는 바로 대통령의 불통이다.

정국을 풀어야 할 당사자인 대통령이 오히려 정국을 악화하고 있다"면서 "야당 무시, 민심 무시이다.

이대로 간다면 국민이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야당의 특검 요구를 '조건부 수용'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제 정쟁을 접고 민생 법안과 예산안 처리에 협조해 달라고 압박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한 주장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됐을 것"이라며 "국정 발목 잡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이제 국회가 화답할 차례다.

정쟁을 접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때"라면서 "여야는 하루빨리 국회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국회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이날 오후 늦게 이례적으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시정연설 후속 조치를 포함한 앞으로의 정국 대응 전략을 숙의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반발이 가시화된 만큼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의 직권상정 카드를 다시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수사 결과를 연결고리로 한 대야 비판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