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첫 단추 잘못 끼운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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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한숨만 나오네요. 카자흐스탄에서 철수하자니 현지 감독당국의 눈치가 보이고, 가만히 있자니 부실자산 때문에 들어가는 돈이 천문학적이고….”
18일 만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가 기자를 붙들고 한 하소연이다. 이날 언론에는 국민은행이 지분 29.6%를 들고 있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추가 부실을 두 나라 금융당국이 함께 조사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국민은행은 BCC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9541억원의 거금을 투자했지만 누적손실이 7683억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의 BCC 투자는 처음부터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카자흐스탄의 부동산 버블과 현지 은행들의 과도한 외화 차입으로 부실이 커질 대로 커진 2008년에 비싼 돈을 주고 주식을 인수했다는 점부터가 그렇다. 일각에서는 카자흐스탄 자원외교의 일환으로 국민은행이 현지 은행 투자에 나섰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후 부실자산 관리도 제대로 안 됐다.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이 최근 추가로 발행한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증자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각 같아선 깔끔하게 철수하고 싶지만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후 국민은행이 아니더라도 한국 금융회사가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려고 할 때 현지 금융당국이 영업 허가를 내주겠느냐는 게 국민은행의 반문이다. 두 나라 간 외교 관계도 걸림돌이다.
BCC 투자가 국민은행을 비롯해 KB금융지주 계열사 전체의 국내외 투자 추진에 위축을 가져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KB지주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반대한 것도 BCC 영향이 컸다. 한 사외이사는 “BCC 투자를 섣불리 승인했다가 책임을 피하지 못해 곤란했는데 ING 인수를 승인하기는 정말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수익성 악화는 물론 심각한 이미지 실추를 겪고 있지만 현재로선 지분 유지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 회사에 얼마나 큰 부담으로 돌아오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타산지석이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18일 만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가 기자를 붙들고 한 하소연이다. 이날 언론에는 국민은행이 지분 29.6%를 들고 있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추가 부실을 두 나라 금융당국이 함께 조사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국민은행은 BCC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9541억원의 거금을 투자했지만 누적손실이 7683억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의 BCC 투자는 처음부터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카자흐스탄의 부동산 버블과 현지 은행들의 과도한 외화 차입으로 부실이 커질 대로 커진 2008년에 비싼 돈을 주고 주식을 인수했다는 점부터가 그렇다. 일각에서는 카자흐스탄 자원외교의 일환으로 국민은행이 현지 은행 투자에 나섰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후 부실자산 관리도 제대로 안 됐다.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이 최근 추가로 발행한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증자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각 같아선 깔끔하게 철수하고 싶지만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후 국민은행이 아니더라도 한국 금융회사가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려고 할 때 현지 금융당국이 영업 허가를 내주겠느냐는 게 국민은행의 반문이다. 두 나라 간 외교 관계도 걸림돌이다.
BCC 투자가 국민은행을 비롯해 KB금융지주 계열사 전체의 국내외 투자 추진에 위축을 가져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KB지주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반대한 것도 BCC 영향이 컸다. 한 사외이사는 “BCC 투자를 섣불리 승인했다가 책임을 피하지 못해 곤란했는데 ING 인수를 승인하기는 정말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수익성 악화는 물론 심각한 이미지 실추를 겪고 있지만 현재로선 지분 유지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 회사에 얼마나 큰 부담으로 돌아오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타산지석이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