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 기업 수사를 강화하면서 ‘수사 무마’를 빌미로 기업에서 수억원을 뜯어낸 ‘브로커 변호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박찬호)는 검찰 수사를 받던 토목설계업체 도화엔지니어링에 접근해 “수사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6억원을 받고 추가로 40억원을 뜯어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변호사 박모씨(51)를 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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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5월 도화엔지니어링은 4대강 공사 설계 수주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대형 건설사에 건넨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무렵 도화엔지니어링 임원들과 만난 박씨는 수사 검사와 돈독한 사이임을 강조하며 수사를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착수금 1억원에 성공보수 5억원의 구두 약정을 맺었다.

착수금을 받은 뒤 한동안 검찰 수사가 잠잠하자 그는 “내 노력으로 검찰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성공 보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해 7월 검찰이 도화엔지니어링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하면서 거짓말이 드러나자 박씨는 “연수원 동기가 한 1차 수사는 잘 마무리됐는데 다른 검사가 2차 수사를 했다”며 “2차 수사도 선처토록 할 테니 성공보수를 달라”고 또다시 거짓말을 했다. 도화엔지니어링은 이 말에 속아 성공보수를 줬으나 1차·2차 압수수색 모두 같은 검사가 했다.

박씨의 사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수사 검사에게 다른 핵폭탄급 범죄 정보를 알려주고 도화엔지니어링 건은 무마 또는 축소토록 하겠다”며 범죄 정보 구입비용으로 34억3600만원을, 15년 비밀 유지 대가로 5억6200만원을 받는 약정을 맺었다. 호언장담과 달리 김영윤 도화엔지니어링 회장이 구속돼 돈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자 박씨는 김 회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까지 찾아갔다. 박씨는 김 회장에게 “기소 금액을 대폭 줄이고 기소 이후에 공소장 변경을 통해 횡령금액을 줄여주겠다”고 또 거짓말을 해 약정한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뒤늦게 전모를 파악한 도화엔지니어링 임원들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