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우회상장 보완해 M&A 활성화를
얼마 전 전통 제조업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 A사 대표를 만났다. 사양화된 주업종을 대체할 신규 사업 발굴이 시급한 상태였다. 계속적인 영업 손실로 상장 폐지도 우려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정보는커녕 자금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량한 비상장사와 합병할 경우 우회상장에 해당돼 그 요건을 충족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았다.

사실 35만개가 넘는 비상장 중소기업들에 상장은 ‘죽음의 계곡’으로까지 불리는 험난한 여정이다. 최근 상장한 업체가 50여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비상장 중소기업이 겪는 암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많은 중소기업에 M&A가 단비와도 같은 수단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에서 M&A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본다.

첫째, 이해 부족 상태에서 M&A를 아파트 거래쯤으로 생각하다 실패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M&A 진행시 채권자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와의 공감과 소통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M&A 절차는 상법 세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른 복잡한 절차가 있음에도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려 한다. 넷째,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탓에 합리적 의사결정보다 감성적 정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수익모델 수명이 다한 상장사의 경우 우량한 비상장 법인과 역합병(우회상장 포함)이 필요하나 그 요건이 매우 제한돼 있다.

이처럼 M&A는 어렵고도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다. 필자 같은 전문가도 늘 긴장하며 본 업무를 수행할 만큼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M&A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한 인식부터 개선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미리미리 시간을 갖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인가한 중소·벤처기업 M&A지원센터 등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투자자 보호 명분으로 만든 M&A 관련 규제를 보다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해 자연스러운 M&A를 유도하는 것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공개(IPO)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는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은 우회상장 및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유상수 < 삼일회계법인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