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보호를 내건 정부가 되레 중소기업 적합업종(중기업종) 지정을 해제해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요청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두부를 중기업종으로 지정한 이후 국산콩을 주로 쓰는 대기업 수요가 줄어 콩 생산농민이 판로가 막히고 가격이 폭락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농림축산식품부가 두부를 중기업종에서 빼달라고 최근 동반위에 정식 공문까지 보냈다. 하지만 동반위는 올해 콩 생산이 20% 늘어난 데 따른 일시적 수급불균형이고 중기업종과는 무관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애먼 농민들로선 땅을 칠 노릇이다.

두부를 중기업종으로 지정한 지도 2년이 지났다. 이쯤 되면 혜택을 봤다는 중소기업이 한둘은 나와야 할 텐데 중소기업 점유율은 제자리다. 반면 CJ 풀무원 대상 등 대기업의 사업확장이 막히면서 국산콩 수매량이 2만t에서 1만t으로 반토막 났다. 성장세였던 두부시장이 올해는 3~4% 감소세다. 농민들은 정부의 식량자급률 확대정책에 따라 콩재배를 늘렸다가 고스란히 피해를 뒤집어 쓰게 됐다. 소비자들도 선택권이 줄었고 1+1 할인행사도 사라져 손해다. 누구를 위한 중기업종인지 알 길이 없다.

두부 사례는 시장을 무시한 포퓰리즘 정책일수록 부작용이 크다는 사실만 새삼 확인케 한다.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니 농민이 죽고, 재래시장을 살리자니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다. 프랜차이즈, 단체급식 등 동반·상생·경제민주화 구호가 거센 분야일수록 더 그렇다. 국내 대기업이 쫓겨난 자리는 외국기업들의 독무대다. 동반위와 외국기업들이 동반 성장하고 있는 꼴이다.

섣부른 규제로 두부시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도 동반위는 되레 대기업들의 구매 연기를 탓한다. 안 되는 것을 붙잡고 버티다 보니 오로지 조직의 생존논리만 남은 모양새다. 중기업종 시한(3년)이 끝나는 내년 말이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시한을 연장하려 들 게 뻔하다. 동반위가 존재하는 한 반(反)시장적 캠페인은 끊임없이 확대 증폭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