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군복'이 존경받는 미국
이서영 주미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소장)이 최근 3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부지런한 외교관으로 꼽혔다. 펜타곤이나 의회 의사당, 민간 싱크탱크와 한인사회 등에서 주최하는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군복 차림의 그를 볼 수 있었다. 6개월 전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녹색 정복을 입고 방청객 좌석 맨 앞줄에 앉아 있던 그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귀국하기 전에 그에게 “왜 맨날 군복만 입고 다니느냐. 그런 규정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사복을 입고 다닐 수도 있지만, 군복이 더 편하고 자부심이 생긴다”고 했다. 한국에선 군복을 입고 ‘민간 식당’에 가면 ‘왜 군인이 이런 곳에 왔지’라는 표정으로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따가웠지만 여기선 그렇지 않다고 했다. 사람들이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예우해준다는 것이다. 예비역, 특히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도 깍듯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법정공휴일인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참전용사와 가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조찬을 했다. 이어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이들은 군복을 입고 전선에서 목숨을 바치면서 다른 사람들이 고국에서 더 안전하고, 자유롭고, 정의롭게 살 수 있도록 했다”며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절대 이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재정이 어렵지만 참전용사들에 대한 지원은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 어떤가. 19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전두환 정권은 “시내에 군인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면 외국인들 보기에 좋지 않다”며 장교들에게 사복 출퇴근을 지시한 적도 있다. 지금까지도 많은 장교들이 외출 시 사복을 입는 게 습관처럼 돼 있다. 5·16 군사정변,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겪으면서 ‘정치군인’에 대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군의 부패문제와 기강해이 사건 등도 존경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군인들은 국민들의 ‘비뚤어진 인식’을 서운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군복을 입으려면 군 스스로 변하고 개혁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장진모 워싱턴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