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양적완화 축소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흥국들이 올해 중반에 겪었던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 헤알화·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지난 한 주간 각각 3.7%, 2.3%, 1.7%씩 하락했다.

이들 신흥국 통화 가치는 지난 5∼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이후 폭락했다.

이후 지난 9월 말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유지 결정을 내린 이후 시장에서 안도감이 퍼지면서 이들 신흥국 통화 가치도 상당 부분 회복됐으나, 이제는 9월 FOMC 직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FT는 씨티그룹의 전망을 인용해 이 같은 흐름은 지난 5∼6월 신흥국 통화 가치 폭락 사태가 가장 취약한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재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시장 전문가들도 미국 경제 회복 및 양적완화 축소 전망에 따른 달러화 절상이 미국 등지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신흥국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되살아날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진단했다.

물론 신흥국 금융시장의 이번 하락세는 지난 5∼6월 이후의 신흥국 통화·증시 폭락 사태보다는 완만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다.

이미 당시에 개인 투자자들이 신흥국 국채·주식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이번에 이탈 가능한 자금 규모가 이전보다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경제가 5∼6월과 달리 성장 둔화 우려를 상당 부분 떨쳐내는 등 여러 신흥국의 산업생산·수출 등 실물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하락을 완충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여러 신흥국이 지난 폭락 이후 잠시 주어진 기회를 살려 경제의 약점을 개선하는 개혁을 시행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세계 투자자들이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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