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최고의 소통은 나눔
얼마 전 태국 이동통신회사의 한 광고가 내 마음에 와 닿았다. ‘Giving is the best communication’이란 카피로 끝나는 이 광고는 가난한 아이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풀었던 한 남자가 후에 큰 병이 걸려 막대한 병원비를 지불하게 된 상황에서 ‘당신의 병원비는 이미 30년 전에 지불되었다’는 청구서를 건네받고, 자신의 치료를 맡았던 의사가 사실은 30년 전 그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내용이었다.

젊은 시절 가난한 고학생이었던 미국 하워드 켈리 박사(1858~1943)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광고는 지난 9월 온라인에 공개된 이후 1주일 만에 약 700만회의 조회를 기록했다고 하니, 그 이야기가 갖고 있는 감동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열 마디의 말보다 배고픈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건넨 따뜻한 우유 한잔이 그 어떤 수단보다 큰 소통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베풂의 힘은 그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강력하게 이어주며, 그러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삶을 보다 가치있게 변화시킬 수 있고 그 변화가 모여 결국 사회도 건강해진다.

적십자사는 올 여름 ‘함께하는 대한민국! 위기가정에게 희망을!’이란 주제로 한 국토종단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16박17일간 마라도에서 임진각까지 걸으며 위기가정 지원 모금캠페인을 실시하고, 보육원에 들러 자원봉사를 하는 등 나눔을 모토로 한 대장정이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나는 많은 학생들의 눈물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한계를 뛰어넘은 인내에 대한 가슴 벅찬 눈물이며, 함께한 사람들이 느끼는 소통과 나눔에 대한 깨달음의 눈물이었다. 자신들이 걷고 있는 힘든 길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길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아픔이란 것도 마음 깊이 느꼈을 것이다.

소통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굶주린 이에게 음식을 건넨 누군가처럼, 대장정을 마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젊은이들처럼, 상대방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고 이해하며 공감할 때 소통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늦가을 쌀쌀한 날씨가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힘든 겨울을 앞둔 이웃의 마음을 함께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용기로 최고의 소통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유중근 < 대한적십자사 총재 june1944@redcross.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