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특화' LG 가전, 이 눈빛을 홀리다
골드이란의 후세인 데일라미 대표 일행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의 LG전자 가전사업부를 찾았다. 가전사업부 직원은 돈독한 협력관계를 더 한층 단단히 다지기 위한 방문이라고 환하게 웃으며 설명했다. 골드이란은 이란 최대이자 중동 가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표적인 유통업체로, 북미 지역의 시어스와 함께 LG전자 최대 매출처 중 한 곳이다.

LG전자가 중동·아프리카로 대표되는 이슬람지역의 가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성장성이 큰 오일 머니를 잡기 위해서다. 일례로 에어컨 사업을 맡고 있는 임원들 역시 올해 가장 자주 방문한 곳도 북미나 중국이 아니라 중동 시장이다.

'중동 특화' LG 가전, 이 눈빛을 홀리다
중동지역 인구는 4억8000명, 아프리카는 10억명 등 전 세계 인구의 22%가 이 지역에 살고 있다. 전체 시장이 클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두바이, 레바논 등에는 대부호들이 많고 과시형 구매 성향이 강해 대화면, 대용량 수요가 높다. 프리미엄 가전 판매에 있어 전략 시장으로 꼽히는 이유다.

LG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및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한 가전 시장 부진을 타개할 방안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꼽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부유층 증가 비율이 아시아권보다 훨씬 가파른 만큼 앞으로 잠재력이 더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중동 특화' LG 가전, 이 눈빛을 홀리다
지난해 LG전자 매출 50조9000억원 중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벌어들인 게 4조1000억원으로 약 8%를 차지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전체 매출과 맞먹는 규모지만,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에어컨과 냉장고 등 중동·아프리카 지역 환경을 반영한 특화 모델을 앞세워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10%를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글로벌 범용 제품이 아니라, 지역 소비자에 특화한 제품으로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지난 5월 내놓은 에어컨 ‘타이탄 빅 Ⅱ’다. 6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열대지방용 컴프레서를 장착했다. 고온이나 해풍 등 외부 환경에 의한 부식과 손상을 막을 수 있는 열교환기 골드핀도 적용했다. 현지 가옥 구조를 고려해 세계 최장인 20m까지 바람을 보내고 실내 흡연율이 높은 현지 소비자들을 위해 담배연기 제거 기능도 갖췄다.

냉장고도 현지화했다. 올 상반기 인도에서 크게 인기를 끈 ‘에버쿨’ 냉장고를 연말엔 중동지역에도 출시한다. 이 제품은 전원이 끊겨도 냉장실 냉기를 7시간 동안 유지한다. 냉동실도 10시간 냉기가 이어진다. 압축기가 정지해도 냉매 순환이 멈추지 않도록 ‘파워컷 에버쿨’이라는 차별화된 냉매 공급 장치를 통해 가능했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 장시간 정전을 겪는 경우가 잦다는 사용환경에 맞춰 개발한 제품이다.

이와 함께 전자레인지에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주로 먹는 음식을 요리해주는 메뉴 버튼을 별도로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의류를 살균하면서 구김을 펴주는 스타일러 역시 한국과 중국에 이어 올해 안에 중동에 출시하기로 했다.

서비스 마케팅도 현지 맞춤형으로 짰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엔 AS(애프터서비스)센터 대신 ‘케어앤딜라이트(care&delight)’ 서비스로 다가간 게 대표적이다. AS가 생소한 현지 소비자들을 감안해 ‘돌봐준다’는 개념을 앞세워 감성 마케팅으로 접근한 것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