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과 같은 슈퍼 태풍이 한반도에도 찾아올지 관심이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1908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한반도를 통과한 태풍 중 가장 강력했던 슈퍼 태풍은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다. 루사는 2002년 8월31일 강원 강릉 지역에 하루 동안 870.5㎜의 기록적 폭우를 뿌리는 등 5조1479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이듬해 9월 찾아온 매미도 순간 최대 풍속이 역대 최고인 초속 60m(시속 216㎞)를 기록하며 4조2225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하이옌과 비슷한 세기의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가능성은 당분간 높지 않을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의 경우 고온다습한 열대기후여서 태풍이 수증기를 공급받아 슈퍼 태풍이 발생할 빈도가 높다”며 “그러나 북상할수록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고, 찬 대륙성 기단이 자리잡고 있어 태풍 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속화하는 한반도 아열대화로 인해 ‘매우 강한’ 태풍이 찾아오는 빈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반도 남부지방 아열대화가 진행되면 고온의 에너지를 공급받아 세력이 강해진 슈퍼 태풍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슈퍼 태풍의 횟수뿐만 아니라 그동안 태풍이 없던 초겨울에도 한반도에 태풍이 찾아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미 지난달 초엔 제24호 태풍 다나스가 일본 오키나와 해상을 거쳐 한반도 남해안을 통과했다. 10월 태풍이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친 건 1998년 이후 15년 만이다. 통상 10월부터는 차고 건조한 대륙성 기단이 한반도로 남하하기 때문에 태풍이 이 기단에 막혀 한반도로 올라오지 못했는데 한반도의 아열대화로 이례적인 10월 태풍이 찾아왔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최근 30년 새 태풍은 연간 3.1회꼴로 한반도에 찾아왔다. 8월(평균 1회)에 가장 많은 태풍이 휩쓸고 갔고, 7월(0.9회), 9월(0.7회)에도 찾아왔다. 일반적으로 8월 중순부터 9월 초가 되면 세력이 약해진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