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판기업 2013년 시총 격차 살펴보니…자동차 더 뒤처지고 철강은 역전당했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한국 기업과 기대치를 웃돈 일본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여파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국 대표기업의 주가 흐름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올 한 해 한국 간판 수출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일본 기업에 뒤지거나 후순위 일본 업체들의 추격 강도도 거세졌다.

○韓·日 간판기업 시총 경쟁 심화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의 달러 기준 시가총액은 올 들어 767억달러(7일 기준)로 작년 말(665억달러)보다 15.3% 늘었다. 그러나 일본 도요타자동차와의 시가총액 격차는 939억달러에서 1427억달러로 오히려 50%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요타자동차의 주가가 실적 호전을 배경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시가총액이 2194억달러로 전년 대비 36.7% 늘어났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일본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화학의 합병법인)에 역전당했다. 올 들어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268억달러로 전년 대비 5.9% 줄었으나 신일철주금의 시가총액은 231억달러에서 305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화학업종에서도 LG화학과 일본 신에쓰화학 간 시가총액 격차가 58억달러에서 70억달러로 벌어졌다. 업황 부진으로 두 종목 모두 주가가 부진했지만 LG화학의 시가총액 감소폭(-13.7%)이 신에쓰화학(-6.1%)보다 컸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장기 부진에 빠져있던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과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가 겹치면서 주가 상승폭을 더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실적·주가 ‘진검승부’

올해는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의 차이가 한·일 대표기업들의 실적과 주가 흐름을 갈랐지만 내년에는 실질적인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 팀장은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내년 신차가 대거 쏟아지면서 디자인과 기술력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라며 “일본 정부가 더이상 엔저(低) 정책을 쓰기 힘든 만큼 벌어졌던 주가 격차는 다시 줄어들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IT와 자동차 등 한국 대표기업들의 실적은 금융위기 이후 이미 회복기를 거쳐 안정기에 접어든 반면 일본 기업들은 이제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국면이어서 주가 흐름도 차별화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올 상반기 극심한 엔화 약세에도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했다는 점에 외국인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의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소비세 인상에 따른 내수 둔화 우려 등 아직 악재가 가시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