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4억분의 1 확률로 피어난 빈민가의 꿈…트리클 다운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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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밀리어네어'를 통해 본 양극화
빈민가 출신 고아 자말, 퀴즈쇼 출연해 최종 우승
90년대 개발 성장통 앓는 인도 실상 가감없이 보여 줘
영화 개봉 2년뒤 자말처럼 월급 15만원 받는
빈민가 출신 남성이 퀴즈쇼 우승…상금으로 11억 받아
빈민가 출신 고아 자말, 퀴즈쇼 출연해 최종 우승
90년대 개발 성장통 앓는 인도 실상 가감없이 보여 줘
영화 개봉 2년뒤 자말처럼 월급 15만원 받는
빈민가 출신 남성이 퀴즈쇼 우승…상금으로 11억 받아
이 영화는 감동의 여운이 진한 휴먼 스토리에 인도의 경제 현실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라는 제목 그대로 인도 빈민가 소년의 성장스토리를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이름의 인기 퀴즈쇼 속에서 풀어간다. 뭄바이 빈민가 출신인 18세 고아 자말(데브 파텔 분)은 퀴즈쇼에 나가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하지만 그의 부정행위를 의심한 진행자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난도 높은 퀴즈쇼의 문제 하나하나가 자말의 삶에서 잊을 수 없는 일들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주인공이 퀴즈의 정답을 어떻게 알게 됐느냐는 스토리가 영화의 중심축이라는 얘기다.
쓰레기장 vs 고층 아파트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도는 여느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성장통을 앓았다. 자말의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장면은 개발경제 시대에 접어든 국민적 갈등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90년대 초반 권력을 잡은 정치집단은 강경 힌두파 지역 정당 시브세나였다. 이들은 경제 개발을 앞세워 빈민가의 이슬람 신자들을 무자비하게 몰아냈다. 자말이 “라마신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물건은 무엇인가”라는 퀴즈쇼의 문제를 맞힐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빈민가의 실상을 직접 봤기 때문이다.
고아가 된 자말과 그의 형 살림(마두르 미탈 분)이 힘겹게 살아가는 과정에도 경제 성장의 그늘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들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쓸 만한 물건을 찾아 겨우 생활을 이어간다. 그들의 뒤로는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들개처럼 도시의 뒷골목을 전전하다가 헤어진 두 형제(맨위 사진)는 2000년대 후반 뭄바이에서 다시 만난다. 그들은 고층 건물과 상권이 들어선 뭄바이의 시내를 보며 과거 빈민가를 회상한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건설업체와 결탁한 조직폭력배의 일원이 된 살림은 ‘출세’의 상징인 선글라스를 끼고 “인도는 세계의 중심이 됐다”며 감격해 한다. 하지만 자말은 여전히 가난하다. 부유층이 늘긴 했지만 퀴즈쇼를 보기 위해 작은 TV 앞에 수십명의 아이들이 몰려드는 빈민가에서 살아간다. 영화는 인도 빈곤층의 고단한 삶이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도 거의 치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형제는 경제 양극화의 대척점에 서 있다.
로렌츠곡선이 대각선이 되면 소득이 완전히 평등하게 분배된 상태를 의미한다. 만약 수직으로 선다면 한 사람이 모든 소득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대개 로렌츠곡선은 <그래프1>처럼 대각선 아래로 처져 있다. 소득 상위 계층의 소득점유율이 인구 비율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지니계수는 바로 대각선과 로렌츠곡선 사이에 만들어진 초승달 모양의 면적(A)을 대각선 아래의 삼각형 면적(A+B)으로 나눈 비율과 값이 같다. 로렌츠곡선이 대각선과 일치하면 지수는 0이 된다. 반면 로렌츠곡선이 수직을 이루면 지수는 1이 된다. 지니계수는 이렇게 0~1 사이에 위치하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분배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0.4 이상을 불평등한 수준으로 본다.
지니계수의 함정
하지만 여기에는 지니계수가 갖는 함정이 숨어있다. 인도 정부는 지니계수를 소득이 아니라 ‘소비 수준’을 기준으로 측정한다(→불평등 지수가 높지 않다고 주장하는 인도 정부의 '속임수').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얼마를 쓰느냐로 계층 간 경제력 차이를 재는 것이다. 인도가 이를 앞세워 자국의 불평등 지수가 그다지 높지 않다고 주장하자 보다 못한 세계은행이 소득 기준으로 재측정하게 된다. 그 결과는 0.54. 양극화 정도가 훨씬 심해졌다.
자말의 승리는 판타지일까
자말의 어려운 성장 환경은 퀴즈쇼에서 승리의 원동력이 된다. 그는 6억원의 상금을 받고 인도에서 슈퍼스타가 된다. 하지만 영화는 그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단지 영화 속 이야기니까’라며 평가절하한다. 헛된 꿈을 꾸지 말라는 감독의 의도였을까.
사실 퀴즈쇼에서 우승해 인생에서도 ‘역전타’를 날린다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는 빈민층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소득 재분배 정책을 구사한다.
하지만 이런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비판도 있다. 재분배정책으로 인해 국민이 정부 지원금만 쳐다보는 ‘복지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의욕을 해치지 않으면서 교육훈련 등을 통해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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