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립스틱, 日선 '호황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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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효과' 속설과 달리 아베노믹스 덕에 판매 불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로 인해 올 들어 일본에서 색조 화장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흔히 빨간 립스틱은 경기불황일 때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 적은 비용으로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립스틱 효과’가 정반대로 적용되는 모습이다.
142년 전통의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가 대표적이다. 시세이도가 올가을과 겨울 시즌 출시한 빨간색 립스틱은 이미 초반 판매 목표치보다 180% 이상 더 팔려나갔다. 2000년대 들어 일본 거리에서는 붉은색 색조 화장을 거의 찾아볼 수 없던 것과 대조적이다. 시세이도 관계자는 “아베노믹스로 인해 증시가 호황을 누리는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난 후 일본 여성들의 색조 화장품 구매가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침체기 때마다 피부색과 비슷한 자연스러운 누드 컬러의 화장이 유행했다. 패션업계도 마찬가지다. 무채색과 단순한 디자인의 의상이 지난 10년간 큰 인기를 끌면서 무인양품 등 기본에만 충실한 브랜드가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반면 경기 회복 신호가 뚜렷할 때는 밝은색의 화려한 디자인이 유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경기부양에 나선 1950년대와 거품론이 제기되던 1980년대에도 붉은 립스틱이 불티나게 팔렸다.
시세이도가 20세에서 44세 사이의 여성을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이 많아지고 자신감이 있을 때 강렬한 색의 립스틱을 더 많이 바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