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북한의 비핵화 약속 준수가 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이라는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조건을 달지 말고 회담하자는 북측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이번 합의는 중국이 최근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북한 방문을 통해 중재안을 만들어 제시한 뒤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중국은 북핵 포기에 대해 과거보다는 훨씬 강경해졌지만, 아직도 한·미·일과의 시각 차이가 상당하다는 사실 역시 재확인됐다. 부탁건대 중국은 북한을 더 압박해 분명한 비핵화 조치를 먼저 내놓도록 해야 한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요구다. 북한은 미국과 지난해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핵개발 중단, 핵·미사일 실험 중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북 핵사찰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한 2·29 합의를 해놓고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2012년 12월), 3차 핵실험(2013년 2월)으로 일거에 기존 합의들을 무력화시켰다. 게다가 최근 영변 원자로까지 재가동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북이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는 것도 급한 불을 끄고 시간을 벌자는 전략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북측은 달라진 게 없다. 개성공단만 봐도 그렇다. 남북 당국이 합의했던 ‘3통’ 문제는 북의 협상 기피로 전혀 진전이 없다. 조업 정상화가 안돼 급기야 완전 철수하겠다는 업체들까지 나온다. 외자유치를 통한 국제화는 이미 물 건너간 모양새다. 그런데도 북은 황해도에 별도의 경제특구를 설치해 독자적으로 외자를 유치할 계획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온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전혀 다른 모습 그대로다. 중국 6자회담 대표가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 회담 조건 등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중국 대표가 협의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대로 우리 측 대표와 미국 대표가 잇따라 방중해 만난다고 하니 북의 자세에 진전이 있는지 곧 확인할 수 있다. 북이 달라지지 않으면 6자회담은 하나마나다. 북이 시간을 벌수록 상황은 악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