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다. 하지만 100세까지 살아가기 위한 경제적인 준비가 100% 돼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50~60대 은퇴한다고 치면 인생의 나머지 절반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데 그만한 돈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특히 50~60대에는 자녀들의 결혼이 겹쳐 있어 목돈이 들어갈 곳이 많다. ‘네 인생이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말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아직까지 자녀들의 결혼준비를 매몰차게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근로소득이 없는 은퇴 세대를 준비하기 위해선 결국 금융소득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은행의 연금저축과 실버세대를 위한 금융패키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만하다. 최근 은행권에선 점차 많아지는 은퇴세대를 충성 고객으로 잡기 위해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들, 은퇴세대 공부 중

시중은행들은 퇴직 세대들이 원하는 경제적인 수준과 이를 준비하기 위한 절차, 니즈에 맞는 금융 상품 개발을 위해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을 핵심 성장산업으로 인식하고 은행권에서는 최초의 사내 연구소 조직인 ‘퇴직연금연구소’를 2008년부터 운영 중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로서의 전문성과 차별성을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상품이 ‘해피라이프 IRP 정기예금’이다. 지난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되면서 퇴직급여를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의무 수령토록 바뀜에 따라 퇴직급여의 연금지급 기능을 강화한 상품이다. 이 상품의 특징은 기본 가입기간이 5년이지만 가입 후 1개월 뒤 연금으로 받더라도 5년제 정기예금 금리로 연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그외에도 다양한 만기구조를 가진 정기예금과 실적 배당상품으로 구성된 운용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운용상품 고객별로 자금 스케줄에 따라 자유롭게 만기일을 지정할 수 있는 ‘만기지정식 정기예금’ 및 퇴직연금 가입시점에 일시 납부되는 과거 퇴직금을 적립식으로 분할해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분할매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생애주기별 맞춤형 노후준비 진단·설계 서비스인 ‘KB골든라이프 서비스’를 론칭했다. 기존 다른 시중은행들은 은퇴 전 30~40대 고객을 대상으로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재무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KB골든라이프 서비스는 0세부터 100세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노후준비 진단을 통해 체계적인 노후설계를 위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무적 측면의 자산관리뿐 아니라 재취업, 창업, 건강, 여가 등 비재무적인 분야에 대한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실버세대의 인생 후반전 준비를 위해 재취업, 창업, 귀농·귀촌, 은퇴 후 부동산 재설계 등 노후생활을 위한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KB골든라이프 아카데미’를 연중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은퇴설계, 시뮬레이션 해보기

신한은행은 지난 8월부터 ‘신한 스마트 미래설계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영업점 방문이 힘든 직장인뿐 아니라 주말이나 휴일 등을 이용해 은퇴 관련 상담을 받고 싶은 이들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신한은행 홈페이지 내 ‘신한 스마트 미래설계 시스템’을 통해 본인 및 부부를 위한 은퇴설계 시뮬레이션과 연령별 은퇴준비 추천 전략 정보 등을 제공한다.

신한 스마트 미래설계 시스템은 은퇴 후 필요한 매월 생활비를 기준으로 필요 자금을 계산해 향후 부족한 자금을 알려준다. 본인이 직접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설계해 봄으로써 현실적인 은퇴노후 준비를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3층 보장연금체계인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의 개별 자료도 입력이 가능해 은퇴자금 설계 시 향후 매월 필요한 생활비와 함께 은퇴 후 월 수입과 지출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기업은행 ‘보험 품은 정기예금’
기업은행 ‘보험 품은 정기예금’
국민은행은 직접 은퇴 세대와 만나 은퇴설계 세미나를 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은퇴 설계가 필요한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KB골든라이프 행복노후설계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행사로 고령화, 저금리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국민은행만의 노후설계 노하우를 제시했다. 세미나는 행복한 노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건강강좌’와 ‘노후설계강좌’ 등 두 가지 세션으로 진행됐다.

한편 국민은행은 자산관리, 부동산, 세무 등 국민은행 거래 법인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노후설계 전문가 그룹이 방문해 노후설계 해법을 제시하는 ‘찾아가는 KB골든라이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다양한 은퇴상품 출시

기업은행은 지난 8월부터 저금리 기조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 등에 따른 고액자산가들의 니즈를 반영해 절세와 수익 두 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보험 품은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5년 만기 정기 예금과 ‘5년 납입 10년 만기’ 저축보험으로 구성돼 있다. 가입 시 목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면 5년간 매달 원금과 이자가 보험으로 자동 이체된다. 보험으로 이체되기 전까지는 현재 평균 예금금리보다 높은 연 3.03%(11월 4일 현재)를 적용받고, 이체 후에는 원금에 이자를 더해 보험의 공시이율을 적용받아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만기에 한꺼번에 이자가 집중되지 않고 매달 분산 지급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금액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외환은행 ‘해피니어 패키지’
외환은행 ‘해피니어 패키지’
총 가입기간인 10년 뒤에는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어 절세플랜으로 활용 가능하다. 가입대상은 개인이며, 가입금액은 5000만원 이상이다. 지금까지 482계좌(잔액 기준 579억원)가 판매됐다.

외환은행은 고령화사회 진입 및 베이비부머 은퇴시대를 맞아 증가하고 있는 실버세대의 니즈에 부합하는 패키지상품을 내놨다. △전자금융수수료 및 모든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가 면제되는 ‘해피니어 통장’ △헬스케어서비스에 특화된 ‘해피니어 카드’ △연금식 분할 실행이 가능한 ‘해피니어 모기지론’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해피니어 통장’의 가입대상은 만 50세 이상 개인 고객이며 1인1계좌만 가입 가능하다. 우대서비스로는 연금, 급여이체 또는 해피니어 카드 사용실적이 있으면서 결제계좌로 사용하는 경우 인터넷, 모바일, 텔레뱅킹 등 전자금융이체수수료와 모든 은행 CD·ATM 현금인출 수수료가 면제된다. ‘해피니어 카드’는 건강 리스크에 노출되는 시니어세대를 위해 건강관리에 중점을 둔 헬스케어서비스 특화카드로 △건강검진 예약 시 우대 △건강검진 기록 누적 관리 등 다양하고 알찬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한다. ‘해피니어 모기지론’은 생활비 충당을 위해 3년 또는 5년간 연금식으로 분할해 대출하고 거치기간 경과 후 장기 분할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