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자체 "3조2000억 부담 힘들다" 정부 "재정 확충돼 충분히 감당"
서울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기초연금 재원 분담률을 대폭 낮춰달라고 보건복지부에 공식 건의하면서 향후 정부와 지자체 간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지비 부담 증가에 기초연금 재원을 부담할 수 없다”는 지자체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지자체, “기초연금 추가 부담 3조2000억원”

기초노령연금은 정부가 40~90%, 나머지는 광역 및 기초 지자체가 부담한다. 재정 상태가 양호한 서울 강남·서초구와 과천, 성남 등 경기 일부 시·군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자체가 정부에서 70%의 지원을 받는다. 전국 평균 국비 보조율은 74.5%다.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 계획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총 39조6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기초노령연금의 국비 보조율(74.5%) 기준대로라면 지자체는 4년간 10조1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에 비해 지자체가 더 부담해야 하는 돈은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자체들은 무상보육 등 갈수록 늘어나는 복지비 부담에 기초연금까지 겹치면 재정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방세수가 갈수록 줄어들어 예산을 깎는 감액추경까지 나섰는데 기초연금 추가 분담액까지 마련할 수는 없다는 게 지자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지역에서 올해 56만7000명가량이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데, 2015년이 되면 기초연금으로만 2798억원이 추가로 더 든다”며 “노인 인구 증가로 소요 예산은 매년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내년까지는 기초노령연금 분담률에 맞춰 예산을 편성하되 2015년부터는 국비 보조율을 높인다는 전제 아래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기초연금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어서 지자체로선 생색을 내기 힘든 사업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기초연금 공약을 내세웠으면 예산도 스스로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국비 보조율을 90%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을 통해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정부, “말도 안 되는 주장”

정부는 서울시 요구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이 기초연금으로 인해 재정 부담이 커지더라도 정부의 지방재정 확충계획에 따라 지방교부금이 늘어나는 만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중앙·지방 간 기능 및 재원조정 방안을 통해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매년 5조원을 지자체에 추가 지원키로 했다.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부가세의 5%에서 11%로 상향 조정하고, 법인에 대한 지방소득세 공제 감면 폭을 줄이는 한편 추가 보조사업비 1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복지부는 정부 계획에 따라 지방소비세율만 인상해도 연간 1조6000억원의 추가 자금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주장하는 무상보육 확대 등 다른 복지사업에 따른 예산 부담도 정부의 추가 지원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주헌 복지부 기초연금과장은 “기초연금 도입으로 인해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을 예상해 지방재정확충계획을 수립한 만큼 지자체 재정이 이로 인해 악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 도입 후 서울시가 현행대로 31%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도 같은 입장이다. 기재부는 취득세율 영구인하와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 보전방안을 이미 발표했는데 서울시가 또다시 기초연금 보조율을 걸고 넘어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지방 재정이 나빠진 것은 이해하지만 서울시뿐 아니라 국가 전체도 힘든 상황”이라며 “그나마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다른 지자체보다 재정여력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가 정상화되면 지방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세수는 더 늘어나기 때문에 지방에 유리하다”며 “장기적으로 기초연금 재원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임원기/김우섭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