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경제민주화, 그 위선적 大義의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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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선의로 포장된 포퓰리즘
그 정책들 모순적 실패 거듭
나쁜 정치, 무능한 정부만 남아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그 정책들 모순적 실패 거듭
나쁜 정치, 무능한 정부만 남아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정치에서 우선되는 것은 대의(大義)와 명분이다. 공동선(共同善)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선한 집단으로 착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치가 만들어내는 법과 제도, 정책은 모두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내세운다. 하지만 모두를 이롭게 하자는 목적이 제대로 실현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명분의 정당함에 집착하고 선의로 포장할수록 현실과 괴리된 포퓰리즘으로 흘러 의도와 취지와는 거꾸로 가는 역설적 결과가 빚어지기 십상이다. 이때 그 대의와 명분은 결국 위선(僞善)일 뿐이다.
경제민주화니 동반성장이니 하는 그럴듯한 이름 아래 요즘 벌어지고 있는 어이없는 일들이 그렇다. 헌법조항의 ‘균형있는 국민경제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분배 유지,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가 대의다. 실현 수단으로 재벌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중소기업들의 거래 기회를 없애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나쁜 구조를 타파하자는 개정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만들어졌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의 30%를 넘는 수혜법인에 3%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나 친인척은 증여세를 내야 하는 내용이다. 재벌이 중소기업 몫까지 빼앗아 사익을 얻고 오너 일가가 편법으로 부를 상속하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할 당위성은 크다. 그러나 웬걸, 재벌을 표적으로 삼은 화살은 엉뚱한 데 꽂혔다.
올해 처음 시행된 이 법에 의해 적지 않은 세금을 내게 된 9869명 가운데 재벌기업 주주는 1.5%인 154명에 그쳤고, 나머지 98.5%인 9715명은 중소·중견기업 주주였다. 법 자체를 당장 뜯어고쳐야 할 판이다. 법을 만들기 전에 가장 기초적인 시뮬레이션이라도 거쳤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대기업의 수직 계열화나 시너지 창출, 원가 절감 등 불가피한 경영 선택의 현실을 무시하고 재벌은 곧 악(惡)이라는 잣대로만 재단했기 때문이다. 실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친인척 중심의 내부거래와 지배구조를 갖는다.
하도급업체에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가하면 거액의 배상책임을 물리겠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는 1차에서 2, 3차 협력사로 내려갈수록 단가 인하 압력이 심하다. 갑·을 관계보다 을과 병, 병과 정의 거래관계에서 ‘더한 갑(甲)질’이 만연해 있고 원청기업의 7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누가 더 괴로워지는지 뻔한 결론이다. ‘경제적 약자 보호’를 내건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골목시장이 살아나기는커녕 농어민과 영세 납품업체,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유통업체 일자리 수천개가 날아갔다. 대기업들에 두부 못 만들게 했더니 콩 생산농가들이 판로가 막혔다며 아우성이다. 생태계로서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무시한 탓이다.
위선적 정치논리로 밀어붙인 정책들의 이런 실패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재벌이 밥장사까지 하느냐는 비난과 함께 중소 급식업체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을 금지한 것이 불과 1년 반 전이다. 그랬더니 중소기업은 구내식당 운영에 얼굴도 내밀지 못하고 외국 급식업체가 사업권을 차례차례 접수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운영마저 미국계의 아라코라는 거대 급식기업 손에 넘어갔다. 김해공항 면세점을 중소기업에 주려고 대기업 참여를 막은 사업자 입찰에서 엉뚱하게도 세계 2위 면세점 업체인 스위스계 듀프리가 운영권을 채갔다.
참으로 고약한 모순이자 오류들이다. 도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의 대의인지, 어째서 대기업이 죽어야 중소기업이 산다는 미망(迷妄)에 매달리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 위선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헛발질은 멈출 기미가 없다. 정치권이나 정부나 다 마찬가지다. 결국 불신을 넘어 나쁜 정치, 무능한 정부의 모습만 각인되고 있다. 경제가 갈 길을 잃으면서 나라 꼴은 이상해지고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또한 필연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경제민주화니 동반성장이니 하는 그럴듯한 이름 아래 요즘 벌어지고 있는 어이없는 일들이 그렇다. 헌법조항의 ‘균형있는 국민경제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분배 유지,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가 대의다. 실현 수단으로 재벌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중소기업들의 거래 기회를 없애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나쁜 구조를 타파하자는 개정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만들어졌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의 30%를 넘는 수혜법인에 3%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나 친인척은 증여세를 내야 하는 내용이다. 재벌이 중소기업 몫까지 빼앗아 사익을 얻고 오너 일가가 편법으로 부를 상속하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할 당위성은 크다. 그러나 웬걸, 재벌을 표적으로 삼은 화살은 엉뚱한 데 꽂혔다.
올해 처음 시행된 이 법에 의해 적지 않은 세금을 내게 된 9869명 가운데 재벌기업 주주는 1.5%인 154명에 그쳤고, 나머지 98.5%인 9715명은 중소·중견기업 주주였다. 법 자체를 당장 뜯어고쳐야 할 판이다. 법을 만들기 전에 가장 기초적인 시뮬레이션이라도 거쳤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대기업의 수직 계열화나 시너지 창출, 원가 절감 등 불가피한 경영 선택의 현실을 무시하고 재벌은 곧 악(惡)이라는 잣대로만 재단했기 때문이다. 실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친인척 중심의 내부거래와 지배구조를 갖는다.
하도급업체에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가하면 거액의 배상책임을 물리겠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는 1차에서 2, 3차 협력사로 내려갈수록 단가 인하 압력이 심하다. 갑·을 관계보다 을과 병, 병과 정의 거래관계에서 ‘더한 갑(甲)질’이 만연해 있고 원청기업의 7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누가 더 괴로워지는지 뻔한 결론이다. ‘경제적 약자 보호’를 내건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골목시장이 살아나기는커녕 농어민과 영세 납품업체,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유통업체 일자리 수천개가 날아갔다. 대기업들에 두부 못 만들게 했더니 콩 생산농가들이 판로가 막혔다며 아우성이다. 생태계로서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무시한 탓이다.
위선적 정치논리로 밀어붙인 정책들의 이런 실패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재벌이 밥장사까지 하느냐는 비난과 함께 중소 급식업체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을 금지한 것이 불과 1년 반 전이다. 그랬더니 중소기업은 구내식당 운영에 얼굴도 내밀지 못하고 외국 급식업체가 사업권을 차례차례 접수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운영마저 미국계의 아라코라는 거대 급식기업 손에 넘어갔다. 김해공항 면세점을 중소기업에 주려고 대기업 참여를 막은 사업자 입찰에서 엉뚱하게도 세계 2위 면세점 업체인 스위스계 듀프리가 운영권을 채갔다.
참으로 고약한 모순이자 오류들이다. 도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의 대의인지, 어째서 대기업이 죽어야 중소기업이 산다는 미망(迷妄)에 매달리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 위선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헛발질은 멈출 기미가 없다. 정치권이나 정부나 다 마찬가지다. 결국 불신을 넘어 나쁜 정치, 무능한 정부의 모습만 각인되고 있다. 경제가 갈 길을 잃으면서 나라 꼴은 이상해지고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또한 필연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