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산업은행에서 퇴직한 임원 중 재취업에 성공한 48명 중 29명(60.4%)은 대우조선해양 쌍용양회 등 산은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낙하산’으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산은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산은에서 퇴직한 임원 중 48명이 재취업했는데, 이 중 46명이 퇴직 후 3개월 내에 새 일자리를 찾는 데 성공했다.

46명 중 29명은 산은이 지분을 가진 회사에 고용됐다. ‘전관예우’를 기대한 기업들이 산은 퇴직자들을 모셔간 셈이다. 황모 전 본부장은 경기남부도로(산은 지분율 12.8%)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고, 최모 전 본부장은 에콘힐자산관리(지분율 14.0%)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갔다.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2008~2012년 퇴직한 산은의 1급 이상 퇴직자 143명 중 68명이 대출거래 업체에 재취업했다고 전했다.

동양그룹의 임원으로 가거나, 사외이사를 지낸 산은 관계자도 지난 10년간 13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엄낙용·정건용 전 산은 총재는 각각 동양생명과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지금도 동양그룹에 몸담고 있는 전 산은 출신 인사들도 있다. 나종규 전 이사는 작년 9월부터 동양그룹 부회장으로 일하는 중이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도 2001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9년간 동양증권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홍 회장이) ‘낙하산’으로 임명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홍 회장은 이에 대해 “제가 낙 하산으로 왔기 때문에 오히려 (퇴직자들에 대한) 부채가 없어서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받는 통에 국감장에 웃음바다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