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에 등돌린 아르헨티나 국민…집권당 참패
아르헨티나에서 27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승리를 위하여’가 참패했다.

페론주의(후안 페론 전 대통령과 영부인 에바 페론이 내세운 대중인기 영합주의)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난 7월 3000에도 못 미쳤던 아르헨티나 메르발 주식지수는 지난 26일엔 5526.29로 급등했다.

총 연방하원 257석 중 127석, 상원 72석 중 24석을 뽑는 이날 선거에서 제1야당인 ‘혁신전선’이 ‘승리를 위하여’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결과 여권은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3석, 2석을 잃었다. 이번 선거의 하이라이트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 선거에서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는 세르히오 마사 혁신전선 후보(현 티그레 시장)가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마르틴 인사우랄데를 12%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마사 시장은 아마도 보우도우 부통령이 친구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 등 잇단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페르난데스 정권을 겨냥해 “부패를 없애고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극심한 물가상승률로 시름하고 있다.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연 10% 전후지만 전문가들은 연 25%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원인은 엄격한 수입규제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에 수출하는 업체들은 건별로 정부의 개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르헨티나 내에서 하나라도 생산되는 제품은 수입이 금지된다.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목이지만 시장에 살 만한 물건이 줄어들면서 물가는 폭등하고 있다.

선거 패배로 대통령의 3선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현재 재선인 그가 3선을 하기 위해선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헌법을 바꿔야 한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젊은 층을 선거로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해 투표가능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