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난경 동학식품 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구슬아이스크림 미니멜츠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계난경 동학식품 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구슬아이스크림 미니멜츠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금은 女成시대] '구슬아이스크림' 계난경 동학식품 사장 "女사장 보는 편견과 싸운 4년…매출 2배 늘렸죠"
“남편은 어디 갔느냐는 말이 가장 듣기 싫었습니다. 여자 사장이라고 하면 업무지식이 부족하고 경험도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해 버리는 통념과 싸워야 했습니다.”

계난경 동학식품 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기업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동학식품은 구슬아이스크림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인 미국 미니멜츠를 국내에서 제조·판매하는 중소기업이다.

◆“출장길에 아이디어 떠올라”

계 사장은 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뒤 남편을 내조하며 삼남매를 키우던 평범한 주부였다. 봉제완구 제조업을 하던 남편의 사업을 간간이 돕는 정도였다.

1996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테마파크 박람회(IAAPA)에 바람이나 쐴 겸 해서 남편을 따라 출장을 갔다. 당시 처음 출품된 미니멜츠 구슬아이스크림을 본 계 사장은 ‘이거다!’ 싶었다. 그는 “남편을 설득해 미국 미니멜츠사와 계약을 했다”며 “이듬해인 1997년부터 국내에서 처음 구슬아이스크림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동학식품이라는 회사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존에 하던 완구사업은 접고 구슬아이스크림에 ‘올인’했다.

이후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귀여운 모양과 독특한 식감의 구슬아이스크림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기세를 몰아 캐나다 호주 홍콩 등지에도 수출했다. 중국에는 지사를 만들었다. 안산에 공장을 세웠고 이마트 등 주요 유통채널과도 계약했다.

◆4년 만에 매출 두 배

그 무렵 위기가 찾아왔다. 지병을 앓던 남편은 2009년 병세가 갑작스레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슬픔에 잠겨 있을 겨를도 없었다. 계 사장은 “상을 치르자마자 회사로 출근했다”며 “얼떨결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모든 게 ‘전쟁’이었다”고 그 당시를 회고했다.

사장이 된 지 4년이 지난 요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당시 동학식품 매출액은 연간 60억원 규모였지만 지난해엔 12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1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제품이 많아졌고, 특허 출원도 늘었다. 올해 초엔 구슬아이스크림 수십 배 크기의 ‘미니멜츠빅’을 선보였고, 즉석 제조가 가능한 아이스크림 기계 ‘그루비-무’도 출시했다.

‘유기농’ 구슬아이스크림도 만들어 친환경 마트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학교 급식망을 집중 공략하는 등 영업 채널을 다양화했다. 수출국도 10여개국으로 늘렸다.

◆“일류 아이스크림회사 일구겠다"

계 사장은 취임 이후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사내에 부설 연구소도 만들었다. 그는 “단순히 미국 브랜드 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역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 사장은 여성 기업인의 장점으로 ‘꼼꼼함’을 꼽았다. 그는 임직원 60여명의 자녀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입학 선물까지 챙긴다. 그러다 보면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지고 실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계 사장은 “나만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세계 일류 아이스크림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