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홍 "횡령 아니다"…崔회장 재판 변수로
SK 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52·구속·사진)이 28일 자신에 대한 첫 재판에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개인적인 금전 거래를 했을 뿐”이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김씨는 횡령 혐의 등 검찰의 공소 사실도 전면 부인했다. 이는 김씨의 제안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가 김씨에게 투자금을 송금했다는 1·2심 재판 결과와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현재 진행 중인 이들 형제의 상고심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원홍 측 “횡령 아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부장판사 설범식)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겨울용 하늘색 수의를 입은 채 출석했다. 그는 “국민참여 재판을 원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변했고,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스프린’ 대표이사 회장”이라고 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충정의 한창호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변호사는 “김씨는 김 전 대표에게서 450억원을 빌렸을 뿐 검찰 주장처럼 465억원을 횡령하는 데 관여한 게 아니다”며 “김 전 대표와는 예전부터 금전 거래를 해 왔는데 자신의 법적 책임을 면하려고 진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검찰이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김 전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해 김씨의 무죄를 입증할 계획이어서 양측의 진실 공방이 예상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2008년 10월 최 회장에게 SK그룹 주요 계열사를 동원해 1000억원대 펀드 출자를 하게 한 뒤 최 회장이 필요로 하는 자금 465억원을 횡령하는 데 관여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지난 14일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

‘SK 상고심’ 변수될 듯

법조계에서는 김씨의 1심과 SK그룹의 횡령 사건 상고심을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SK그룹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달 27일 핵심 증인인 김씨의 진술을 듣지 않고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선고를 강행, 논란의 불씨를 남겼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도 “내주 초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김씨 재판 과정에서 항소심과 다른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이를 추가로 상고심 재판부에 낼 예정”이라며 “항소심이 심리를 미진하게 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항소심 때 인정된 ‘예비적 공소사실’보다 ‘주위적 공소사실’ 위주로 김씨의 1심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주된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에 대비한 일종의 추가 공소 사실이다. 검찰은 항소심 때 “최 회장이 주요 계열사를 동원해 투자금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취지의 주위적 공소사실 외에 “최 수석부회장이 주범이고 최 회장은 이를 방조한 종범”이란 취지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첨부해 공소장을 변경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예비적 공소사실은 유죄로 판단했지만 주위적 공소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주위적 공소사실만 주장한 것은 범죄 사실관계를 두고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