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强대 强'…연내 통과 더 꼬인다
기초연금 정국이 더 꼬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재정·연금 전문가인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문 후보자는 복지부 장관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못박고 다음달 인사청문회에서부터 문 후보자의 정책적 성향을 집중 공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입장 변화 없다”는 문 후보자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조차 연내 기초연금법의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 시행일인 내년 7월1일 직전에 실시되는 6월 지방선거에서 최대 정치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문 후보자는 장관 내정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방안이나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등의 현안과 관련해 기존 입장이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기존 입장은 국민연금을 기초연금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후보자는 국내 최고의 연금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 하지만 최근 10여년간 가장 강조한 것은 재정 건전성이다. 즉 연금이 국가재정을 흔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가장 큰 과제는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야당은 문 후보자의 이 같은 성향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목희 민주당 의원은 “재정을 중시한다는 것은 결국 복지 확대에 반대한다는 얘기다. 이런 사람은 복지부 장관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11월 중순 청문회에서 기초연금 도입안에 찬성한 문 후보자의 입장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 일각에서는 문 후보자가 이런 야당을 설득하고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금 복지부 장관에게 필요한 덕목은 정치권을 설득해 타협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무적 감각일 수도 있는데, 학자 출신인 문 후보자가 자신의 소신을 꺾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법안 통과 어려울 수도

청와대가 야당의 반발을 예견하면서도 문 후보자를 내세운 데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청와대가 야당이 기초연금 도입 방안에 무조건 반대하다가 나중에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 2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도 국회의 법안 통과 지연으로 절반밖에 받지 못할 경우 노인들의 대부분은 야당 쪽에 불만을 갖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사실 여당의 일방독주를 차단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기초연금법의 국회 통과는 불가능하다. 청와대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버티면 이 법안은 올해 정기국회는 물론 최악의 경우 기초연금 시행 직전까지 국회에 계류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라”는 야당의 공격과 “야당의 반대로 기초연금을 못 줄 지경”이라는 여당의 반격이 첨예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기초연금법 원안이 연내에 쉽사리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야당과 너무 첨예하게 붙었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