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소통…사기 수단 전락…SNS의 두 얼굴
세상살이는 아이러니다. 할리우드 영화 ‘소셜네트워크’에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만들었지만 정작 자신은 주변 친구들로부터 ‘왕따’ 신세였다. 저커버그뿐만이 아니다. 세계 15억명을 웃도는 SNS 사용자들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SNS에서 진정한 소통을 원하지만 고독과 외로움만 가중될 뿐이다.

다음달 7일 개봉하는 영화 ‘디스커넥트’(헨리 알렉스 루빈 감독)는 SNS에서 이뤄지는 소통이 기만과 사기,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소통에 관한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관계는 더 멀어진다는 아이러니를 탄탄한 이야기로 보여준다. 동일한 공간에 있는 친구와 가족들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가정에서 내쳐진 청소년들은 매춘의 구렁텅이로 몰린다.

영화는 세 가지 이야기로 전개되며 저마다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어린 아들을 잃고 남편과의 대화마저 단절된 채 사는 주부는 채팅 사이트에서 위안을 얻지만 이 과정에서 정보 노출로 전 재산을 탕진한다.

한 방송사 여기자는 포르노 사이트에서 돈을 받고 화상 채팅을 하는 청소년을 보도해 화제를 모으지만 경찰이 개입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다. 또 다른 외톨이 소년은 여자로 가장한 급우와 채팅을 하다가 얼떨결에 자신의 나체 사진을 전송하면서 끔찍한 상황에 몰린다.

SNS에서 진실하게 소통할 수 있는 상대를 찾으려던 주인공들의 꿈은 허상에 불과하다. 그들은 모두 범죄의 표적으로 전락하고 만다. 극 중에서 진정한 소통은 SNS를 끊고 대면 접촉을 하면서 이뤄진다.

영화는 또한 가족이나 친구 사이가 SNS로 인해 오히려 멀어지는 현실도 포착한다. 곁에 있는 친구의 슬픔을 아랑곳하지 않고 SNS에 열중하다 뺨을 맞는 여학생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등장인물들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으로 채팅하는 장면은 거의 침묵으로 묘사한다. 몰입하는 그 순간이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한 것이다.

얼마 전 상영된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를 다룬 영화 ‘잡스’는 세계인들을 가깝게 연결해주는 스마트폰을 개발한 잡스가 정작 성공에 다가갈수록 친구들과 멀어져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사람들을 가깝게 이어준다는 정보기술(IT)로 인해 인간관계는 오히려 단절되고 있다는 경고를 할리우드 영화들은 쏟아내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