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없는 不通의 지구, 박주택 씨 새 시집 '또 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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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시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받은 박주택 시인(경희대 국문과 교수·사진)이 6년 만에 여섯 번째 시집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문학과지성사)를 발표했다.
“자신의 경험과 고통을 시에 각인할 때 비로소 시가 불멸의 힘을 얻는다”는 박 시인은 이번 시집에 자신이 고통스럽게 바라본 세계의 시공간을 포착해 파격적 형식으로 모자이크처럼 붙여놓았다. 그의 시 ‘굿모닝 뉴스’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세계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시집에서 드러나는 지구의 무대는 다양하다. 인파가 몰린 강남역, 중력을 무시한 엘리베이터 안. 이 장소들에서 사람들은 서로 합쳐질 수 없다.
‘하나이자 여럿인 네가 흩어지고 너는/강남역 출구 앞에 서 있다//네가 너를 지나 네가 없는 자리에 있다’(‘고등어’ 부분)
‘이웃집은 그래서 가까운데/벽을 맞대고 체온으로 덥혀온 것인데/어릴 적 보고 그제 보니 여고생이란다/눈 둘 곳 없는 엘리베이터만큼 인사 없는 곳/701호, 702호, 703호 사이 국경/(…)/서로를 기억하는 것이 큰일이나 되는 듯/더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쏘아본다/엘리베이터 배가 열리자마자/국경에 사는 사람들/확 거리로 퍼진다’(‘국경’ 부분)
시인은 시 ‘불타는 육체’에서 ‘이렇게 슬퍼해도 저녁이 아름다운 것은 죽은 자들의 압도하는 사연 때문이다 폭염에 갇힌 채 스쿨버스의 유리문을 긁다 죽은 아이의 공포를 기억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타인에 공감하는 일은 이 지구에서 가능할까. 타인뿐 아니라 한 개인의 기억 속에서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멀고 먼 일 어쩌면 일어나지도 않은 일 작은 집을 얻고 기뻐했던 순간은 가고 불모가 내 집이어야 하는 시간은 어김없이 오는 법 그것이 시간의 평등한 법’.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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