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절대평가' 대학구조조정, 과연 해결책 될까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평가기준이 높아도 좋으니 대학 구조조정은 절대평가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상대평가 방식으로는 매번 하위 15% 부실대학 선정 때문에 대학교육을 포기해야 할 처지다."

대학 총장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이 같은 요구가 일부 반영됐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연세대에서 '대학 구조개혁 토론회'를 열고 모든 대학을 절대평가해 상위·하위·최하위 그룹으로 나누고, 최하위 그룹에 속하는 대학은 퇴출시키는 내용의 대학평가제도(안)을 내놨습니다.

이번에 제시된 정부안은 일부 부실대학을 퇴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 방식을 전체 대학의 정원 감축으로 바꾸는 게 핵심입니다.

대학 구조개혁 정책연구 책임자인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학령인구가 크게 줄어들어 2020년 이후 대학의 정원 미달 사태가 심각해진다"며 "부실대학뿐 아니라 상위권 대학도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간 정부는 하위 15%(재정지원 제한대학)를 지정, 퇴출 유도 정책을 펴왔지만 실제 이 방식으로 인한 정원 감축 규모는 1만30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까지 고교 졸업자 수가 40만 명으로 줄고, 대학진학률 70%를 유지한다고 하면 현재 대학 정원(56만 명)에서 무려 28만 명을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10년 새 정확히 '반 토막' 난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담아 한층 강력한 대학 구조조정 안을 내놓은 것이란 평입니다.

새로운 안에 따르면, 대학들은 상·하위 그룹 가릴 것 없이 정원 축소에 동참해야 합니다. 다만 상위 그룹은 특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인센티브)을 통해, 하위·최하위 그룹은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 제한 등을 통해 정원을 줄일 방침입니다. 상위 그룹은 포지티브 방식으로, 하위 그룹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정원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새 대학구조조정 계획이 해결책이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우선 대학 현장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쟁점이 됐던 상대평가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꾸긴 했지만, 대신 모든 대학에 정원 감축을 요구하는 고강도 슬림화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대학가에선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 간의 입장 차가 오히려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간 진행된 대학 구조조정 방식에선 하위 15% 중 5%포인트를 수도권에 배분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건이 좋은 수도권 대학들은 '역차별' 논란을 제기해왔습니다. 이번 안은 전체 대학 슬림화를 요구했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보직교수는 "전체 입학자원이 줄어든다고 해도 서울 소재 대학이 학생 충원을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학 입장에선 정원 축소로 인한 등록금 수입 감소 효과가 더 클 경우, 정부의 재정 지원을 마다하고 정원을 유지하는 게 합리적 판단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고석규 목포대 총장은 "최근 3년간 정부의 부실대학 선정 결과를 보면 지방대가 수도권보다 3배 이상 많다"며 "(상대·절대평가 여부보다) 정량지표 위주의 구조조정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구조개혁 타깃은 지방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국립·사립에 따라, 수도권·지방에 따라 유형별로 구분해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정부는 이 안에 대해 2차례 더 토론회를 개최한 후 다음 달 시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학구조조정이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 수위로 추진될지 앞으로가 더 주목됩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