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잇따른 '엇갈린 판결'…사법부 신뢰 추락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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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청와대 앞 불법집회 '무죄'
진보당 경선 대리투표, 부산 항소심 유죄 판결
진보당 경선 대리투표, 부산 항소심 유죄 판결
○청와대 앞 진입 시도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강을환)는 청와대 근처에서 미신고 집회를 하다 경찰의 해산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김모씨 등 3명에게 각각 벌금 2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 등은 지난해 3월 서울 궁정동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집회를 한 뒤 청와대 앞으로 이동하려다 경찰의 해산 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청와대는 대통령 관저가 있어 국방부 ‘국가중요시설 지정·방호’ 훈령에 따라 최고등급인 ‘가급’으로 분류된다.
집시법 11조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경계지점에서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집회·시위를 하면 안 된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1심 재판부가 ‘집회 장소,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이동을 저지당하자 인도를 점거한 점 등에 비춰 해당 집회는 공공질서에 위험을 초래했다’며 유죄를 선고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집회 장소는 청와대 경계에서 200여m 떨어진 곳이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경찰 관계자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는 대통령이 외부 행사에 참석하려면 지나쳐야 하는 곳”이라며 “100m든 200m든 사실상 대통령 경호구역인데 법원이 국가원수 경호의 어려움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잇따르는 ‘황당 판결’
불법 집회에 관대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일 서울도심 편도 4차로 도로를 점거한 불법집회 사건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이 깨지고 무죄가 선고됐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들이 불법집회를 벌이다 무더기 검거된 가운데 “일요일 오전이라 교통량이 많지 않았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불법집회에 대한 법원의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7일 통진당 부정경선 가담자들에게 내린 무죄 선고도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17일 부산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진수)의 선고를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진행 중인 이 사건 1·2심 선고 12건은 선거 4대 원칙(직접·비밀·평등·보통)을 존중해 가담자들에게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지난 1일 운전면허시험 감독관의 여성 응시자 성희롱을 두고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 사건도 “국민 법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샀다.
경기 소재 지방법원에서 근무 중인 한 판사는 “1심이더라도 사법부의 판단을 기록으로 남기는 판결문에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판단을 근거로 적시하는 것은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개별 재판부에서 각각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도 “법리적인 부분만 따질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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