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회복국면 진입 기대…RBC 규제 강화가 변수
손해보험회사들은 지급여력비율(RBC) 규제 강화와 높은 자동차보험 손해율로 어려운 한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절세 수요 및 절판 효과로 보험상품에 대한 수요가 앞당겨졌고, 올해는 그에 따른 수요 공백으로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RBC 규제는 보험사 자본에 대한 건전성 규제다. 보험사는 예상되는 손실을 보험부채로 적립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부채를 넘어서는 예상밖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사의 자본을 이용해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보험사가 갖고 있는 5가지 위험(보험·금리·신용·시장·운용) 중 장기보험의 보험위험액에 대해서는 99% 신뢰수준에서 위험액을 측정하고 있다. 나머지 위험액에 대해서는 95% 신뢰수준에서 산출된 위험액을 기준으로 RBC 비율을 측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12월 일반·자동차보험의 보험위험액 산출 기준을 99%로 올리기로 했다. 내년 중에는 금리와 신용위험액 산출 기준도 99%로 올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자신의 보험부채(보험계약)와 비교해 더 많은 자본을 갖고 있어야 한다. RBC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메리츠화재는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으로 301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상위 5개사 기준으로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4%포인트 상승했다. 2분기에도 6.3%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경과보험료 기준으로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손해율의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자기자본이익률(ROE)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상반기 기준으로 자동차보험 경과보험료(상위 5개사 기준)는 4조8122억원이며, 손해율 상승으로 세전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66억원 줄었다.

상반기 기준으로 상위 5개사의 신계약은 35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절세수요와 시중금리 대비 높은 공시이율로 판매 호조세를 보인 저축성 연금보험의 판매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반면 인담보 보장성 보험의 경우 18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와 RBC 규제 강화로 과거보다 보험사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저축성 연금보험보다 인담보 보장성 보험 중심의 성장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손해보험사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 손해보험산업은 올해 확대됐던 대외적 불확실성이 축소되고, 수익성도 개선돼 업황이 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분기 동안 순이익 감소로 낮아졌던 이익 모멘텀은 올 3분기부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면서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기저효과가 수익성 회복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장기보험을 기반으로 한 이익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손해보험사 수익성 개선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RBC 산출 기준 강화는 금융당국의 강한 의지가 반영돼 예정대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출 기준이 강화되면 보험사의 RBC 비율이 하락하겠지만 후순위채 발행이 허용되므로 대규모 증자에 대한 우려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RBC 비율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상위권 손해보험사의 경우 장기보험을 바탕으로 한 견조한 이익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향후 후순위채의 빈자리를 이익잉여금 적립을 통해 채울 수 있다고 판단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대한 부담은 향후 제도 개선과 함께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은 마일리지 보험 판매 증가, 온라인 보험 매출비중 확대 등으로 대당 보험료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물 관련 보험금 청구금액도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 성격을 갖고 있어 손해율 상승이 제도 개선 및 요율 인상의 전제 조건이다. 따라서 올해의 높은 손해율은 내년 수입차에 대한 요율 조정, 대체 부품 활성화를 통한 원가 관리 등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승건 < 대신증권 연구원 cygun101@daish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