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 현대하이스코 합병…일관공정 갖춘 초대형 철강사로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따로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철강회사 임원)

시장에선 오래전부터 두 회사의 합병을 예견해왔다. 한 제철소에서 쇳물을 뽑아내 완성품까지 생산하는 일관 생산체제를 일부러 분리해놓은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현대제철의 3고로 가동을 계기로 합병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 포스코와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고로 투자 끝나 합병 시너지 기대

현대자동차그룹이 철강 사업을 하는 목적은 현대차기아차에 안정적으로 차량용 강재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상 국내 독점 사업자인 포스코로부터 자동차용 강재를 공급받으며 서러움을 겪던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을 통해 용광로(고로) 건설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고로는 철광석과 유연탄으로 쇳물부터 만들어내는 설비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0년 삼미특수강과 강원산업, 2004년 한보철강 등 전기로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철강사업을 강화했다. 2006년 10월엔 민간기업 최초로 당진 1고로 기공식을 열었다. 이어 지난달 3고로까지 완공하면서 9조9000여억원을 들인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에 집중해야 하는 현대제철과는 별도로 철강재 가공 및 판매를 위해 현대하이스코를 따로 뒀다. 현대하이스코는 1999년 순천 공장을 준공해 자동차강판 생산을 시작했고 2005년 한보철강 설비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 5월 당진 2냉연공장을 완공하면서 자동차강판 5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완성차 생산에 들어가는 자동차강판의 77%가량을 충족시킬 수 있는 규모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마무리된 데다 하이스코도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해 두 회사를 분리해놓을 이유가 없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재무구조 개선 효과 클 듯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을 통해 다양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의 총차입금은 11조원가량으로 순이자비용만 연간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채무 상환이 시작되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은 하이스코 냉연사업을 합치면 상환 여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하이스코는 분기마다 1500억원가량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이스코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 정도로 현대제철(4.9%)의 세 배 수준이다. 현대제철로부터 싼값에 열연 제품을 받아 가공한 뒤 마진을 붙여 파는 구조 때문이다. 또 하이스코의 자본총계가 2조원 정도로 자본금의 5배가량 되는 것도 긍정적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하이스코가 냉연 부문을 어떻게 분할할지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현대차가 합병 후 현대제철의 새로운 주요 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현대제철은 기아차(21.29%)와 정몽구 회장(12.52%)만이 주요 주주로 있다. 현대하이스코의 주요 주주는 현대차(29.37%), 기아차(15.65%), 정몽구 회장(10.0%) 등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합병 후 현대제철의 연 매출은 2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35조원대인 포스코를 위협하는 수준의 위상을 가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