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4호기 완공 연기…전력난, 내년이 두렵다
내년 8~9월 완공 예정이던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불량 케이블 전면 교체로 내년 전력수급에 초비상이 걸리게 됐다. 발전용량 합계가 300만㎾에 육박하는 두 호기의 원전을 준공하는 데 최소 1년, 길게는 2년 넘게 걸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케이블 교체는 단순히 고장 난 부품을 바꿔 끼우는 차원이 아니라 부분 재시공에 가까울 정도로 공정이 복잡하고 장기간 시일이 소요된다. 지난 5월말 터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에 이어 ‘제2의 원전 부품 파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900㎞ 케이블 다 바꿔야”

한국수력원자력은 16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신고리 3·4호기에 설치된 JS전선 케이블이 화염시험 재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이에 이미 설치된 케이블을 전량 철거하고 안전성과 성능이 입증된 새 케이블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교체 예정인 JS전선 케이블은 600V 전력·제어·계장케이블과 5㎸·15㎸ 전력케이블이다. 케이블 총량은 신고리 3,4호기를 합쳐 900㎞(호기당 450㎞)에 달한다. 교체 비용만 360억원이 투입될 정도로 큰 규모다.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전기 배선이 잘못돼 시공을 다시 한다고 하더라도 간단치 않은 공사인데 하물며 원자력발전소라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력업계에서는 공사기간이 최소 1년에서 최장 2년까지 늦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공기가 지연될 경우 최소 140만㎾ 이상 공급력이 모자라게 돼 내년 여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시험 파문의 발단은 지난 5월 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발표했던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이다. 당시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쓰인 JS전선의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같은 JS전선 제품이 쓰인 신고리 3,4호기에 대해서도 시험조건 불만족에 따른 재시험 또는 교체 결정을 내렸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케이블 제작업체를 선정하고 주문을 한 뒤 설치하고 다시 성능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전력 수급 위기”

전력당국은 당초 신고리 3호기를 내년 8월에, 4호기를 한 달 뒤인 9월에 각각 완공한 후 전력계통에 병입할 예정이었다. 특히 3호기의 경우 내년 3월 설비 공사를 마무리하고 6개월간의 시운전을 거쳐 내년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장기간 시일이 소요되는 케이블 전면 교체가 결정되면서 당장 내년 여름은 물론 겨울철 전력수급에 큰 어려움이 닦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가 올 초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내년 여름철 설비용량은 8699만kW,최대전력수요는 8032만kW로 예비력이 667만kW가량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신고리 3호기 140만kW를 빼면 예비력이 527만kW까지 떨어진다. 전력당국이 전력수급의 마지막 방어선으로 여기는 500만kW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를 수있다는 얘기다. 만약 전력피크 시기에 원전 또는 화력발전기 1~2대가 고장이라도 일으키면당장 수급경보가 1단계 ‘준비’(400만~500만kW),나아가 2단계 ‘관심’(300만~400만kW)까지 떨어질 수 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산업계와 국민의 절전 노력을 필요로 하는 최악의 전력난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