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한 증권사의 보고서 때문에 큰 홍역을 치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4일 LIG투자증권이 ‘그룹리스크 진단’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면서 시작됐다. 보고서는 “동부그룹의 차입 구조가 동양그룹과 비슷하며 주요 그룹 중 위험도가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문제 계열사로 지목된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주가는 다음날인 15일 급락했다.

동양 사태 이후 재무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곤욕을 치러왔던 동부그룹은 발끈했다. 동부는 16일 참고자료를 통해 “LIG투자증권 리포트는 보고서의 기본에서 벗어난 것으로 기업의 신용도와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동부 차입금 중 3분의 2는 제도권 금융에서 조달하고 동양그룹에서 문제가 된 기업어음(CP) 비중은 극히 낮아 리스크가 낮다”고 했다.

동부는 “이번 보고서처럼 근거없이 기업 신용도를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파장이 커지자 LIG투자증권은 16일 이례적으로 정정보고서를 냈다. LIG투자증권은 “그룹별 수익성 전망과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부채의 관점에서만 리스크를 분석하는 오류가 있었다”며 기존 보고서에서 매긴 그룹별 위험도 순위를 삭제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