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대학 구조조정, 과연 '문 닫기'만 능사일까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최근의 대학 관련 규제법안 발의에는 대학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이 앞장섰다. (긍정적 방향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대학들이 노력해야 할 문제다."

지난 11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발언입니다. 대학들이 이른바 '하위 15% 부실대학'(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통칭되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변화를 주문한 데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총장들은 "부실대학으로 한 번 찍히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임성택 그리스도대 총장은 "하위 15%에 선정돼 본 대학이면 동문들이나 지역사회에게 어떤 멸시를 받는지 잘 알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망신 주고 낙인을 찍으면 해당 대학은 하위 15%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육을 완전히 포기하고 '지표 장사'만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서로 입장이 다른 대학 구조조정은 과연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요. 정말로 부실대학을 찍어내 문 닫게 하면 해결되는 것일까요?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입니다.

현재의 학령인구 감소 추세대로라면 2020년 전후로 입학정원 1000명 규모 대학 150여 개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말 그대로 구조조정, '살릴 곳은 살리고 버릴 곳은 버린다'는 셈법입니다.

이를 위해선 관(官)의 개입이 불가피합니다. 매년 8월 말께 발표되는 하위 15% 대학 명단도 이런 정부 규제의 일환이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겁니다. 기업으로 치면 회생절차를 개시하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 성과가 충분치 않을 경우 파산하게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실효성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정부는 대학 퇴출구조를 만든다며 2011년부터 부실대학 명단을 공개하고 있지만, 정작 문을 닫은 대학은 채 10곳도 안 됩니다. 그나마도 정부의 하위 15% 가이드라인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심각한 부정·비리 적발로 인해 퇴출된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대학들을 비롯한 교육계 인사들은 '다른 방식'의 구조조정을 주장합니다. 대학 수가 아닌 학생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하자는 것입니다.

지금 대학 구조조정이 사회적 지지를 받는 데는 '한국에 대학이 너무 많다'는 인식도 한몫 합니다. 그러나 인구 대비 수를 확인하면 대학이 결코 많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면 '대학이 많다'는 건 의외로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것이죠.

지난 2009년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펴낸 '고등교육 재구조화 및 부실대학의 합리적 개선방안'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한미일 3국의 인구 대비 대학 수는 △미국 6만8835명 당 1개 △일본 10만3949명 당 1개 △한국 13만671명 당 1개로 집계됐습니다. 인구 1만 명 당 대학 수를 비교하면 한국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각 대학이 자구책을 통해 '조직 슬림화'로 구조조정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관이 직접 개입해 대학 문을 닫게 하는 방식보다는 훨씬 저항이 덜해 연착륙 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강문식 계명대 입학처장은 "갈수록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전제한 뒤 "다만 학생 충원이 어려운 대학부터 문 닫게 하는 방식보다는 입학정원 감축 등 다수 대학이 함께 학생 수를 줄여나가는 게 낫다고 본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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