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오는 17일로 다가온 ‘정부 부채한도 상한’을 조건 없이 6주간 임시로 증액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협을 해소한 뒤 포괄적인 재정적자 감축협상에 나서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 주요 외신은 공화당 하원 지도부 소식통을 인용해 공화당 의원들이 17일 소진되는 16조7000억달러의 정부 부채한도 상한을 12월 초까지 6주간 임시 증액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6주간의 임시 증액에 대한 내용만 포함할 뿐 2014년도 예산안 미확정에 따른 셧다운(정부 일부 폐쇄) 사태 해결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공화당은 이 같은 당론이 확정될 경우 이날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백악관 측에서도 그동안의 방침과 달리 단기적인 부채한도 상한 증액안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공화당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포함해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 등 의원 18명을 만나 단기 부채한도 증액안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이 디폴트와 셧다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고 전했다.

만약 백악관이 공화당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미국은 12월 초까지 디폴트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임시 봉합책인 만큼 6주 뒤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상원 재정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재정협상을 둘러싼 최근 교착상태 때문에 미국의 신인도가 세계적으로 추락하고 있고, 달러화의 위상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17일까지 부채한도 상한이 증액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뿐 아니라 은퇴자, 사회보장제도 대상자, 현역 군인 등 미국인 전부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7만4000명으로 전주보다 6만6000명 증가했다. 셧다운으로 인해 정부와 계약을 맺은 일부 업체가 일자리를 줄인 때문이라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의 회동 소식이 전해지자 10일 뉴욕증시는 셧다운 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제히 상승 출발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