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윌리엄 맥(한국명 윤영도) LA소방국 부국장(앞줄 왼쪽)이 한국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6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했다. 2008년 캘리포니아 화재 당시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대화하는 맥 부국장.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제공
에밀 윌리엄 맥(한국명 윤영도) LA소방국 부국장(앞줄 왼쪽)이 한국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6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했다. 2008년 캘리포니아 화재 당시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대화하는 맥 부국장.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제공
“나는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아요. 사정이 오죽했으면 고아원에 맡겼겠습니까.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52년 전 서울의 한 고아원에서 미국 흑인 가정에 입양된 세 살배기는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흑인과 백인 틈바구니에서 감내하기 쉽지 않은 괴롭힘을 당하며 컸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힘을 기르며 따돌림도 구박도 받지 않는 지혜를 터득했다. 한국인 특유의 친화력까지 발휘했다.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는 UCLA 장학생으로 졸업하고서 경찰보다 입사가 어렵다는 LA소방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36년간 ‘백인세계’에서 승승장구하며 2003년 소방대원 4000여명이 근무하는 LA소방국 부국장 자리까지 올랐다.

9일 한국을 찾은 에밀 윌리엄 맥(55)의 얘기다. 그의 한국 이름은 윤영도다. 맥 부국장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인 아내와의 사이에 24세 아들을 둔 그는 한국 여자아이를 입양하려고 2011년에도 한국을 찾았다. 맥 부국장은 그때 한가족이 된 딸 미야를 위해 한국어 교육과 한국음식으로 차린 생일파티까지 손수 챙기는 ‘딸 바보’ 아빠가 됐다.

미야가 자라는 걸 보면서 맥 부국장은 친어머니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바쁜 시간을 쪼개 한국을 다시 찾았다. 엿새간의 일정이다. 그는 친모를 찾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LA소방국 부국장으로서의 공식 일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맥 부국장은 10일 오전 권순경 서울시소방재난본부장과 만나 재난정보 시스템 공유 업무협약을 맺고 오후에는 서울소방학교 학생 대상 긴급대응팀(CERT) 강연 후 훈련에도 참가한다.

맥 부국장의 향후 희망은 LA 시의원이 되는 것이다. 1992년 4월 LA 한인 거주지역에서 흑인 폭동이 일어난 게 한인, 흑인, 라틴계 커뮤니티 간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맥 부국장은 “100만 한국인이 사는 LA에 ‘대표 대변인’이 없는 게 아쉽다”며 “친어머니를 찾고 나면 언젠가 시의원의 꿈도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