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관객 실망시킬까봐 노심초사…60대 중반 되니 바이올린 연주 자유로워져"
“(60대 중반 되니) 이제야 바이올린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청중을 실망시킬까봐 정말 많이 염려했는데 이젠 기술적인 면에서는 ‘제대로 하는구나’ 싶은 단계까지 왔어요. 음악적인 면에선 지금도 꾸준히 앞으로 걸어가고 있고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65·사진)가 내달 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청중과 만난다. 2005년 9월 손가락 부상으로 바이올린을 전혀 잡지도 못했던 그는 2011년 8월 언니인 첼리스트 정명화 씨와 공동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대관령국제음악제 무대에서 ‘여제(女帝)’의 귀환을 알렸다. 이후 자선음악회 위주로 공연한 정씨는 지난 6월 일본 4개 도시 투어로 본격적인 연주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오는 18일부터는 베이징, 선전, 광저우, 마카오, 가오슝, 타이베이, 홍콩 등 중화권 7개 도시에서 잇따라 공연한다. 2~3일 간격으로 무대에 서는 ‘강행군’이다. “일본 공연 이후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고 한다. 내달에는 예술의전당(8일) 공연을 비롯해 고양 아람누리극장(2일), 부산 을숙도문화회관(10일), 서울 이화여대 김영의홀(12일) 무대에 선다. 내년에는 1970년 데뷔 무대를 펼쳤던 영국에서 컴백 콘서트도 열기로 했다.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씨는 “6년 동안 바이올린을 건드리지도 못한 사람이 컴백해 청중 앞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다”며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씨의 모든 무대에는 미국인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함께한다. 2011년부터 정씨와 호흡을 맞춰온 케너는 쇼팽 콩쿠르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실력파다. 정씨는 “독주회 무대에 함께 설 피아니스트를 찾는 것은 천생연분을 찾는 것보다 힘들다”며 “케너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내달 8일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과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정씨는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포레의 소나타는 그가 20대 중반에 쓴 곡인데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 사람의 희망과 꿈 등을 정열적으로 잘 표현했다”며 “음악에 대한 내 정열은 아직 팔팔하게 살아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