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상만찬에 앞서 각국 정상 및 배우자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상만찬에 앞서 각국 정상 및 배우자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북핵 보유를 반대하며,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은 지난 6월 말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당시 첫 번째 회담을 한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진정성 있는 조치 선결돼야”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이 핵보유를 포기하고 경제 발전에 주력하도록 중국이 많이 설득하고 힘써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영변 원자로 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한 핵능력 고도화가 중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북한의 핵보유를 반대하며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회담에 배석한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 주석이 북한 핵보유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추가 핵실험에 명확히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것은 지난 6월 정상회담 당시에 비해 강도가 더 높아진 것”이라며 “국빈 방문 이후 양국 공조가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과 박 대통령은 6월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유관(국가의)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서에 담았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딱 부러지게 지칭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표기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북핵 문제와 관련해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화를 통한 해결이 중요하다”며 “특히 6자회담 조기 개최를 통한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선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박 대통령이 최근 중국 상무부 등 4개 부서가 대북수출금지 품목을 발표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중국은 (북핵실험 대북제재)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와 눈도 안 마주쳐

박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는 각별한 친분을 과시한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지난 6월 방중 때 시 주석이 선물한 중국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관작루에 올라’라는 한시 서예 작품의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ㆍ누각을 한 층 더 오른다)’란 대목을 인용, “양국 관계가 지난 국빈 방문 이후 한층 더 격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대통령님을 다시 한번 뵙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6월 이후 우리는 세 번째 만남”이라며 “이는 우리 양국이 얼마나 긴밀하고 소중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반면 이날 오전 ‘기업인자문위원회 위원과의 대화’, 오후 ‘정상회의 세션1’ 등에서 계속 아베 총리와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지만 정상도착 행사에서 악수만 했을 뿐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리=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