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9주년 - 독주하는 국회권력] 토론·표결은 뒷전…수틀리면 장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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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흔들리는 민주주의 가치 - '국회선진화법'에 발목잡힌 한국
야당 협조없이 법안처리 불가능…"식물국회법이 민주주의 가치 훼손"
정부조직법 통과에 52일이나 걸려…野, 선진화법 믿고 54일간 장외집회
야당 협조없이 법안처리 불가능…"식물국회법이 민주주의 가치 훼손"
정부조직법 통과에 52일이나 걸려…野, 선진화법 믿고 54일간 장외집회
![[창간 49주년 - 독주하는 국회권력] 토론·표결은 뒷전…수틀리면 장외로](https://img.hankyung.com/photo/201310/AA.7913081.1.jpg)

○야당 반대 땐 표결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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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라도 법안 단독 처리가 힘들어졌다. 18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도입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국회의장이 본회의 직권상정을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직권상정 가능 요건은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등이다. 직권상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야 의원 간 몸싸움 등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대신 ‘안건 신속처리제도’라는 것을 도입했다. 여야가 이견이 있어 상임위에서 처리가 안 되는 법안에 대해 해당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 또는 전체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이 요구하면 해당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곧바로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안건 신속처리제를 발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석 점유율이 60%를 넘는 당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위에서 기초연금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려면 복지위원 21명 중 13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복지위는 새누리당 11명, 민주당 8명, 무소속 1명, 통합진보당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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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법안의 경우 안건 신속처리제를 통하지 않으면 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단계부터 막힐 가능성이 높다.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여야 동수(4명씩)로 구성돼 있어 표결에 들어가더라도 과반이 안 되는 여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올해 초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야당 반대로 50일 이상 통과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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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위헌론 제기
이처럼 ‘부작용 투성이’인 국회선진화법을 두고 여당 내에서는 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민주당이 8월1일부터 9월23일까지 54일간 장외투쟁을 벌일 수 있던 것도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란 비판이 나온다. 야당 협조 없이는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 부동산 정상화 법안 등 산적한 현안을 볼모로 민주당이 국회 밖으로 뛰쳐나갔다는 것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당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야당 협조 없이는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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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당 내에서 선진화법 통과를 주도했던 황우여 대표와 남경필 의원 등은 이 법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을 악용한 야당이 잘못이지, 법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16~18대 국회에서 몸싸움을 포함한 폭력 사태가 31차례 발생했지만 19대 국회 들어서는 이런 사례가 없다는 점도 국회선진화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특별취재팀
= 손성태 차장, 김재후 이태훈 기자(이상 정치부), 주용석 차장대우, 런던·스톡홀름=김주완 기자(이상
경제부), 이태명 기자(산업부), 장진모 워싱턴 ·안재석 도쿄 특파원, 남윤선 기자(이상 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