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법률주의' 채택한 미국 18번째 '셧다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글로벌 이슈 따라잡기 - 모든 예산 집행 法으로 규정…의회 통과없인 한푼도 못써
상하원 의결 거쳐야 집행…잠정예산안도 의회 승인 받아야
셧다운땐 공무원 절반 일시해고…국방비 일부 복지 지출은 가능
상하원 의결 거쳐야 집행…잠정예산안도 의회 승인 받아야
셧다운땐 공무원 절반 일시해고…국방비 일부 복지 지출은 가능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폐쇄) 사흘째인 3일(현지시간). 워싱턴 스미스소니언자연사박물관 입구에서 만난 캐나다 관광객 릭 베이셔는 굳게 닫힌 출입문을 보며 “이번 워싱턴 관광은 완전히 망쳤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동포 김모씨는 “한국에서도 국회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정부가 문을 닫았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정치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예산 법률주의…의회 권한 막강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일어나는 것은 한국과 달리 ‘예산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행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을 국회가 ‘승인’하는 형식이지 법률로 다루지는 않는다. 반면 미국은 연방헌법 제1조9항에서 ‘모든 국고금은 법률에 의해서만 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정부 예산을 법률로 의결하고 있다.
ADVERTISEMENT
하지만 의회가 정치 싸움 등으로 예산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부가 일반 사업비를 지출하지 못해 셧다운될 수 있다. 당장 공무원 월급을 주지 못해 강제 무급휴가(일시 해고) 명령을 내리고, 그 결과 정부 기능이 일부 마비된다. 이번 사태로 전체 연방공무원 210만명(우체국 직원 제외) 가운데 비핵심 인력으로 분류된 100만여명이 사실상 일시 해고됐다. 심지어 상무부와 노동부에서 경제통계발표를 담당하는 직원이 무급 휴가를 떠나는 바람에 주요 경제지표조차 발표되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이 예산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예산을 법률로 다루지 않는다.

○셧다운에도 핵심 기능은 유지
ADVERTISEMENT
전체 예산의 31% 정도를 차지하는 재량 지출은 국방비를 비롯해 부처별 일반 사업비를 말한다. 매년 예산안을 따로 편성하고 법률로 확정해야 한다. 예산 편성 과정은 엄밀히 말하면 이 같은 재량 지출 관련 세출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방 예산은 재량 지출이지만 의회가 지난달 말 셧다운이 되더라도 국방 예산은 계속 집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법을 통과시켰다.
○잠정예산이 본예산을 대체
ADVERTISEMENT
미국 의회는 철저히 다수결 원칙으로 움직인다.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예산안 통과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하지만 여소야대가 되거나, 상·하원에서 다수당이 갈라지면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예산법을 놓고 전쟁을 벌여야 한다.
최근 정치권 교착상태도 사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은 공화당이,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하면서 잉태됐다. 예산안뿐 아니라 총기 규제, 이민개혁법 등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모두 의회에 발목 잡혀 있다. 워싱턴에 정치가 실종되면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